[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2021 정기주주총회 결산
[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2021 정기주주총회 결산
  • 기사출고 2021.05.0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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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변호사]

2021년 정기주주총회 시즌도 막을 내렸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주주총회 실무자들은 주주총회장 방역과 회의장 내 거리두기 지침 마련 등 현장 관리에 있어 예년보다 더욱 바쁜 시즌을 보냈으리라 짐작된다. 지난해 상법의 전격적인 개정으로 소수주주권 행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 혹은 우려가 팽배했는데, 예상된 수준의 파장은 없었던 듯 하다. 대신 금호석유화학, 한진 등 굵직한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경영권 분쟁과 표대결이 펼쳐졌으며, 개정된 3%룰에 따라 지분 차이를 뒤집고 사외이사가 분리선출되기도 하였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의 주요 특징과 쟁점을 짚어본다.

1. 전자투표제 도입 증가

◇최영익 변호사
◇최영익 변호사

코로나19로 인해 주주들의 주주총회장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상장회사에서 올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유가증권시장 · 코스닥시장 상장 12월 결산기업 중 올해 정기주주총회 소집을 공시한 2,131개사(유가증권 763개사, 코스닥 1,36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회사는 1,253개사(58.8%)로 집계되었다. 전자위임장을 도입한 상장회사도 815개사(38.2%)나 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을 통해 전자투표 행사를 한 주주 수는 올해 15만 8,000명으로 전년비 110.3%나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참석 주주들에게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모든 안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하게 하고, 회사는 모든 안건에 대해 현장 참석자와 사전 전자투표 결과 등을 합한 표결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대다수의 표결은 사전 투표와 위임장을 통한 의결권 행사로 이루어지고 현장에서는 표결 결과 공개 없이 '박수 통과'가 일반적인 기존의 주주총회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주총회는 회의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 전자투표 도입

개정 상법은 전자투표를 실시하여 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제고한 회사에 한하여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서 감사의 선임을 결의할 수 있다고 하여 결의요건을 완화하는 등(개정 상법 제409조 제3항, 제542조의 12 제8항), 전자투표제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전자투표제가 관행으로 자리 잡아 일반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 상장회사들의 주주총회 전 감사보고서 · 사업보고서 공개 의무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 시행령으로 인해 상장회사들은 주주총회 소집공고 시 또는 주주총회 1주 전까지 감사보고서 및 · 또는 사업보고서를 제공하여야 했다. 이전까지의 관행은 외부감사법에 따라 감사보고서는 정기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제출하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보고서는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제출한다는 규정에 따라 주주총회 개최 1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3월 주주총회 직후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당초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총회 전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한 취지는 주주총회의 3월 집중개최 현상을 해소하고 분산개최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장회사들은 3월 주주총회를 미루기보다는 기한 내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하여 기관투자자의 경우 주주총회 개최일이 분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종목에 대한 분석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므로, 단순히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의 제출기한을 엄격히 할 것이 아니라 주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건을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위와 별개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이나 외부감사가 지연되어 감사인이 외부감사를 기한 내 완료하기 힘든 경우에는 사전 신청을 통하여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제재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올해에도 진행되었다.

3. 주목할 만한 주주행동주의 · 경영권 분쟁 사례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에 상정된 주주제안건수는 총 39건(12개사)으로, 지난해(57건 · 17사)에 비해 감소하였다고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데, 다른 한편 주요 대규모 기업집단에서는 꽤 굵직한 경영권 분쟁 · 행동주의가 있었다.

(1) 금호석유화학

올해 가장 떠들썩하게 보도된 경영권 분쟁 사례는 이른바 '조카의 난'으로 불린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상무와 삼촌인 박찬구 회장(회사 측) 간의 분쟁일 것이다. 박철완 상무는 올해 1월 말, 5% 보유 공시를 통해 박찬구 회장과의 공동보유관계가 해소되었음을 밝히며 사실상 오너가와의 특수관계에서 이탈하였음을 선언하였다. 이어 박 상무는 경영권 분쟁에 있어 전형적인 소송 · 가처분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나갔다.

박 상무는 2월 8일 회사에 주주명부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다. 표대결을 위해 상당 지분을 가진 주주들을 접촉하고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하여는 주주명부 열람이 필수적이다. 이어 박 상무는 경영진 교체를 위한 사내 · 사외이사 후보 제안, 배당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회사에 발송했다.

박 상무의 고배당 안건 상정

박 상무는 보통주 1만 1,000원, 우선주 1만 1,100원의 주당 배당금을 제안했는데, 회사 측은 보통주와 우선주 간 현금 배당금 차액이 액면가인 5,000원의 1%(50원)를 넘을 수 없다는 정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상무 측은 우선주 배당금을 1만1,050원으로 수정 제출했지만, 회사 측은 박 상무의 수정 주주제안이 주주제안 제출 기한(주총 개최일 6주 이내)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안건 상정을 거부했다.

결국 박 상무는 2월 25일 법원에 주주제안 안건을 회사의 정기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할 것을 구하는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월 10일 "최초 주주제안 안건과 수정 주주제안 안건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동일성이 유지되고 수정 주주제안 안건은 최초 주주제안 안건을 일부 보완한 것에 그친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인용하여, 결과적으로 박 상무의 고배당 안건은 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되게 되었다. 같은 날 박 상무는 주주총회의 소집절차 및 결의방법의 적법성을 조사하기 위한 총회검사인신청을 하여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둔 3월 17일 인용결정을 받기도 하였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주주는 위임장의 유 · 무효 조사, 투표 및 개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총회검사인을 선임하기도 한다. 주주총회가 끝난 후에 사후적으로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의 부적법함을 밝혀 결의취소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표대결 결과, 회사 측 승리

표대결 끝에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은 전부 부결되면서, 주주총회는 회사 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8%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회사 측 주주제안 안건 전부에 찬성하고, 박 상무의 주주제안 중에서는 박 상무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반대를 권고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주주총회 시즌 내내 각종 주주권 소송을 제기하고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투자자들의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하였다는 점에서 박철완 상무의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캠페인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2) 한국앤컴퍼니(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 사조산업

개정 상법의 3%룰에 따라 지분 차이를 뒤집고 사외이사의 선임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개정 상법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하였는데, 이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1인 이상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이사 선임단계에서부터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하는 제도이다(상법 제542조의12 제2항).

올해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표대결이 펼쳐졌다. 지분은 차남인 조 사장의 지분이 42.9%로, 19.32%인 조 부회장보다 더 많았는데, 3%룰에 따라 조 사장, 조 부회장, 국민연금 등의 의결권이 전부 각각 3%로 같아지면서 동등한 위치에서 표대결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조 부회장이 주주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분리선출되게 되었다.

이한상 교수, 사외이사로 분리선출

한국앤컴퍼니 사례를 제외하고는 개정 3%룰이 올해 주주총회에 미친 영향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듯하다. 개정 3%룰에 따라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 선임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씩 제한하고, 사외이사를 겸하지 않는 감사위원 선임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하기 때문에(상법 제542조의12 제4항, 제7항), 일부 기업은 감사위원을 사외이사 중에서만 선출하도록 정관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고도 하는데 주요 기업 중에 3%룰로 인해 정관을 수정하거나 감사위원 선출에 차질이 빚어진 기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3%룰의 영향력이 아예 없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식품회사인 사조산업은 지난해 말 자회사인 캐슬렉스CC 서울과 캐슬렉스CC 제주의 합병안을 공시하였는데, 소액주주들은 합병을 통해 캐슬렉스 제주의 손실을 사조산업으로 전가한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소액주주연대가 구성되어 임시주총을 열어 추가 감사 선임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올 3월 8일 사조산업은 회사의 내부사정과 경영판단의 사유로 합병 철회를 공시했다. 이를 두고 회사가 3%룰에 따라 소액주주들과의 표대결 우려가 현실화되자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어, 3%룰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기도 한다.

(3) 한진칼 · ㈜한진

지난 2019년부터 언론에 오르내리던 KCGI · 반도건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3자 주주연합과 조원태 한진칼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주주총회를 거쳐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26일 치러진 정기주주총회에서 별도의 주주제안을 내지 않은 3자 연합은 주주총회가 끝난 후인 4월 1일자로 3자 연합의 공동보유계약의 해지를 공시했다. 한때 공동으로 41.84%까지 지분을 매집했던 3자 연합이 해체된 후 그레이스홀딩스(KCGI 산하 펀드), 대호개발(반도건설 계열사), 조 전 부사장은 각각 별도의 5%에 관한 대량보유보고서를 공시했다.

조현민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안건 불발

한편 ㈜한진의 지분 9.79%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사모펀드 HYK파트너스는 조현민 부사장의 경영 참여가 회사의 가족 중심 경영을 답습하려는 의도임을 지적하며 회사에 내용증명을 통해 이사의 최대 정원을 10명으로 증원하고, 집중투표를 허용하고, 이사의 결격사유를 추가하는 등 정관을 변경하고, 사외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 추천, 배당금 1,000원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HYK파트너스는 법원에 의안상정가처분을 제기하기도 하였는데, 회사가 HYK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조현민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은 상정하지 않자 가처분을 취하했다. 3월 25일 치러진 주주총회에서는 표대결 끝에 HYK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부결되었다.

(4) ㈜LG

작년 11월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인적분할을 통해 LG 계열사 중 LG상사, LG MMA,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를 신설지주회사에 편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 그룹 전통에 따라 구본무 ㈜LG 고문이 독립해서 나가는 구조의 그룹 계열분리를 예정한 것이었다.

인적분할은 분할회사의 기존 주주는 지분율에 비례하여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을 받게 되므로, 기존 분할회사가 분할신설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는 물적분할과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의 보유하는 총 주식의 경제적 가치에 변동이 없다는 이유로, 주주들에 대한 피해가 거의 없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인적분할로 인해 기존 주주들은 강제로 신설회사의 주주로 편입되고, 기존 분할회사의 자산이 신설회사로 이전된다는 점에서 주주권에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외국 투자자들, LG 인적분할 비판

LG그룹의 갑작스러운 계열분리가 회사의 발전보다는 그룹의 전통과 오너가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인식은 특히 외국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공유되었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는 'A Better LG'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LG의 인적분할계획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회사로 하여금 주주이익을 제고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이 ㈜LG의 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면서, 상당수 외국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캠페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결과적으로 3월 26일 치러진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은 찬성률 약 76.6%로 통과되었지만, 회사는 캠페인을 의식한 듯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이례적으로 주주총회 현장에서 투표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웹사이트를 통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진행은 주로 외국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는데, 과거 KCGI의 'Value Hanjin'부터, 올해는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상무의 'Go beyond Kumho Petrochemical',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부회장의 'better hankook' 등 웹사이트가 개설되면서 국내에서도 웹사이트를 통한 주주 설득 및 · 또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웹사이트를 통한 행동주의 진행 시, 다른 주주들과 소통하는 것과 관련한 공동보유 및 개인정보의 문제 등 각종 법적 쟁점에 대한 검토가 수반되는 만큼, 정기주주총회 시즌 전 적어도 연말부터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양헌, yichoi@kimchan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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