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이 사람!] WIPO 통해 저작권 만화 전 세계에 배포한 이영욱 변호사
[법조 이 사람!] WIPO 통해 저작권 만화 전 세계에 배포한 이영욱 변호사
  • 기사출고 2021.04.19 09: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법률웹툰 본격 해외진출 주목

법무법인 감우의 이영욱 변호사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만화 그리는 변호사', '만화가 변호사'로 유명하다. 특히 판례나 법과 관련된 내용을 만화로 표현하는 법률만화가 그의 작품으로, 올 초 출간되어 전국 초중고에 약 6만권이 배포된 《저작권별별이야기》 개정판, 지난해에 나온 《유튜버를 위한 저작권 100문 100답》 등 그가 펴낸 법을 소재로 한 만화책이 15권에 이른다.

그런 그가 최근 법률웹툰을 만들어 전 세계에 배포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문화체육관광부, 세계저작권기구(WIPO)와 함께 저작권 교육용 웹툰이라고 할 수 있는 《꿈을 그려가요》를 만들어 WIPO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에 배포한 것.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스페인어로도 제작되어 함께 게재되었으며, WIPO는 출판물로도 만들어 저작권 교육용 만화로 전 세계에 보급할 예정이다. 영어 제목은 "Let's draw a dream!". 이른바 K웹툰, K웹소설의 해외진출에 이어 K법률웹툰을 전 세계에 배포한 것으로, 이 변호사는 "웹툰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지만, 법률웹툰을 UN 산하 국제기구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선보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WIPO와 함께 저작권 웹툰 "꿈을 그려가요"를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그려 전 세계에 배포한 이영욱 변호사
◇WIPO와 함께 저작권 웹툰 "꿈을 그려가요"를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그려 전 세계에 배포한 이영욱 변호사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2009년 이전만 해도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 또는 '감시대상국'으로 꼽힐 정도로 상습적인 지적재산권 침해국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저작권 등 콘텐츠의 선진국 위치에 서게 되었고, 한국의 게임이 해외에서 표절되거나 외국 불법 사이트에서 각국 언어로 번역된 웹툰이 유통되는 등 저작권의 국제적 보호를 강조해야 할 입장이 되었다. 2020년 한국은 WIPO에서 발표한 국제특허출원 국가별 순위가 세계 4위다.

이영욱 변호사는 "WIPO가 저작권을 홍보하는 교육용 만화의 제작을 한국의 변호사인 내가 맡아 완성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며 "이번 작품에 이어 세계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법률만화 시리즈를 구상하고 있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WIPO는 당초 인쇄용 만화를 부탁했으나 이 변호사의 제안으로 웹툰 버전을 함께 제작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변호사가 인쇄 형식과 함께 웹툰도 함께 제공할 것을 제안하자, WIPO는 처음엔 "웹툰이 뭐냐?"라며 매우 신기해했다고 한다. 이에 이 변호사가 "한국에서 시작된 인터넷 만화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볼 수 있어서 인기"라고 설명해 인쇄용 만화와 함께 해당 만화의 웹툰 버전도 제작, 배포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꿈을 그려가요》는 동물 나라에 살고 있는 너구리 남매가 주인공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동생(나굴)이 학교에서 그린 만화 캐릭터가 도용되어 해적판 상품이 돌게 된 것을 보고 좌절하고, 누나(나링)는 좋아하는 외국 6인조 고양이 아이돌 그룹 '스타스타'가 불법 음원 다운로드로 고민하는 것을 보고 죄책감을 느끼지만, 해적판 제작을 일삼는 불독 형제의 재판 과정을 통해 '스타스타'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는 이야기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이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에 다니면서도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등 법학 공부보다도 만화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1995년 고려대 법대 졸업 당시 '신한새싹만화상'에서 만화 단편으로 동상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발 (SICAF)에서 애니메이션 단편으로 단편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그는 그후 사법시험에 합격, 본격적으로 법률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매주 대한변협신문에 그리기 시작한 4컷 만화, '변호사25시'는 16년째를 맞으며 660회가 넘었다. 또 우리나라의 재미있는 저작권 판례를 만화로 그린 《저작권별별이야기》를 비롯해 헌법, 민법, 형법, 형사소송법 판례를 만화로 풀어낸 여러 권의 판례만화책을 저술했다. 춘천지법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민사재판절차안내 만화동영상도 그의 작품이다.

이 변호사는 "법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저작권법이나 공정거래법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일되어 가는 법 분야도 적지 않다"며 "각 나라에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의 공정거래법과 저작권법 판례를 영어만화로 소개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법률웹툰을 세계 시장에 본격 내놓겠다는 것.

이 변호사는 고려대에서 저작권법을 연구해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일본의 큐슈대 대학원에서 법학석사(LLM) 학위를 받는 등 일본어도 잘 한다. 서울고법 대등재판부의 이영창 판사가 그의 형으로, 판례민법 상 · 하권은 이영창 판사가 글을 쓰고, 이영욱 변호사가 만화를 그렸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