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업무상질병판정委 안 거친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 위법"  
[노동] "업무상질병판정委 안 거친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 위법"  
  • 기사출고 2021.03.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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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절차적 하자 존재"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2년 2월 회사 사무실에서 두통과 구역질을 호소하며 쓰러져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개두술과 뇌동맥류 묶음술(Clipping)을 받은 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주막하출혈과 흡인성 폐렴에 대해 업무상 질병 승인을 받았다. 이후 2년 후인 2004년 2월 수두증을 추가상병으로 승인받고, 2005년 2월 장해등급 7급 4호 판정을 받았으나, A씨는 11년 후인 2016년 6월 허혈성 대장염 소견으로 하트만 대장절제술 등 수술을 받은 후 회복하지 못하고 1개월여 만에 숨졌다.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패혈증. 이에 A씨의 배우자가 A씨의 사망과 기존 승인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이 신청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하지 않고 '기존 질환과 허혈성 대장염 발병으로 외과적 수술 후 회복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사망과 기존 승인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부지급 결정하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2018구합73812)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2월 26일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에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운영규정 제5조 제1호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대상에서 제외되는 질병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9조에 따른 추가상병 요양급여'를 신청한 질병을 규정하고 있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는 이에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 문언에 의할 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경우 추가상병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에서 원고는 A의 기존 승인상병과 직접사인인 패혈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하였는바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하면서 그 사망원인으로 기존 승인상병에 대한 추가상병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원칙에 따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대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는 보상업무처리규정 제31조 제5항에 따라 유족급여 신청의 경우에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운영규정 제5항 제1호에 따라 심의대상 상병이 추가상병에 해당하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보상업무처리규정 제31조 제5항은 유족급여 청구대상 상병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닌 경우를 전제로 하여 그와 같은 경우의 절차 처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대상인지 여부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운영규정 제4조 및 5조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상질병 판정에 대한 객관성 및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2017년 12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도입되었다. 도입 전에는 자문의의 자문을 거쳐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질병 여부를 결정하였으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도입으로 자문의의 자문 등을 거친 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상질병 여부가 결정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