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ESG와 2021년 정기주주총회
[리걸타임즈 칼럼] ESG와 2021년 정기주주총회
  • 기사출고 2021.04.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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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관련 기관투자자 주주제안 주목"

2021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ESG(환경 · 사회 · 지배구조)이다. 주요 기업들은 ESG 위원회를 신설하거나 여성 또는 ESG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였다. 기관투자자들이 중대재해의 발생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ESG 투자와 ESG 경영이 만나는 곳–주주총회

ESG는 아직 정립된 개념이 아니다. 다만, ESG는 투자의사결정 시 환경 · 사회 ·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책임투자'(RI)의 논의와(ESG 투자), 회사 운영 시 주요 주주뿐만 아니라 임직원 · 공급망 · 지역사회의 이해관계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논의가 결합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ESG 경영). ESG 투자와 ESG 경영에 대한 요구는 두 가지 형식으로 발현된다. 국가가 법령을 통해 투자자와 기업을 규제하거나, 시장에서 민간규제기관 · 표준수립기관 · 등급평가기관 등이 자율규범을 만들어 투자와 경영에 관여한다.

◇민창욱 변호사
◇민창욱 변호사

요약하면, ESG는 정부와 민간이 경성법(hard law) 또는 연성법(soft law)을 통해 ESG 투자와 ESG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주주총회는 투자자와 경영진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곳이다. 2021년 주주총회 시즌에 ESG가 부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가의 경성법을 통한 개입–이사회 다양성과 3% 룰

경성법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사회 다양성'과 '3% 룰'에 관한 규제의 시행이다.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2022년 8월까지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선임하여야 한다. 2018년 말 기준 국내 151개 대규모 상장회사의 이사 1,109명 중 여성의 비율은 3.1%(34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여성 임원 비율은 프랑스(44.4%)나 노르웨이(40.9%)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에 국가는 법률로써 성평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고자 하였고, 실제로 상당수의 대기업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여성을 추천하였다.

또한 개정 상법에 따르면, 대규모 상장회사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해야 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정부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3% 룰'을 정비한 것이다. 변경된 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지만,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정부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은 분명해 보인다.

시장의 연성법을 통한 개입–스튜어드십 코드와 리스크 관리 책임

연성법 측면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목을 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이 '집사'(steward)의 지위에서 '주인'(고객)이 맡긴 돈을 최선을 다해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은 자율규범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여 투자대상회사의 재무적 · 비재무적 리스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경영에 관여(engagement)할 것을 요구한다.

회사법은 주주의 권리만을 정할 뿐, 주주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에게 일정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래 회사의 리스크는 이사회나 감사가 관리한다. 다만,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사외이사 몇몇이 경영진을 감독하기 어려워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기업의 리스크 관리 기능이 저하되어 발생한 측면이 있다. 이에 기관투자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회사의 리스크를 점검하여 기업가치를 유지 또는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영국은 2010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하였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산은 기존의 사외이사가 담당한 '리스크 관리' 책임이 기관투자자들에게 확대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사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성법이므로 기관투자자들은 그 원칙들을 이행할 법적 의무가 없다. 다만, 파리협정 이후 기후 리스크가 곧 투자 리스크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은 자발적으로 투자대상회사의 환경적 · 사회적 리스크를 저감하는 활동에 관여하게 되었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주주총회–주주제안과 의결권 행사

기관투자자들의 경영관여 활동은 서한 발송, 이사회와의 비공식 대화, 주주제안, 의결권 행사, 소 제기 등으로 나타난다. 래리 핑크 블랙록(BlackRock) 회장의 연례 서한은 경영관여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올해 상당수의 기업들은 기관투자자들의 요구에 응하여 ESG 위원회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하였다. ESG 투자가 ESG 경영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만약 회사가 기관투자자들의 요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기관투자자들은 상법상 주주제안권을 행사하여 주주총회에 안건을 제시하거나, 회사가 제시한 안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 막아

후자의 대표적 사례는 2019년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였고, 이듬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여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았다. 올해 국민연금은 중대재해나 사모펀드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국내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 주주제안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주주총회 동향–기후 및 인적자본 관련 주주제안

해외의 주주제안 사례는 보다 구체적이다. 러셀 3000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7-2020 의결권 행사 동향' 자료를 보면, 2020년 '기후 관련'(climate-related) 이슈에 대한 주주제안은 75건이었고 이 중 24건이 표결에 부쳐졌다. 평균 찬성률은 31.6%로 2019년의 24.1%보다 높다. 24건 중 4건이 통과되었는데, 회사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보고하도록 하거나 기후변화에 관련된 비즈니스 리스크를 평가하도록 하는 안건 등이다.

인적자본관리(HCM) 이슈에 대한 주주제안도 2020년 63건이 제기되었고 이 중 24건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졌다. 안건은 주로 이사회 및 직원 구성의 다양성, 성별 임금 격차의 공시 등이었는데, 이사회의 다양성에 관한 평균 찬성률은 2018년 18.3%에서 2020년 36.8%로 올랐고 직원의 다양성에 관한 찬성률도 2017년 28.6%에서 2020년 38.2%로 상승하였다. 2020년 통과된 7개의 안건은 회사가 이사회 및 직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거친 절차와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근로계약서상 중재 조항 및 관련 분쟁 현황을 보고할 것 등이다.

국내의 ESG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다. 아직 미국처럼 ESG 관점에서 구체적인 주주제안이 제시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비재무정보를 측정 및 공시하는 기법이 고도화될수록 ESG에 관련된 기관투자자들의 주주제안은 보다 정교해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ESG 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국제사회의 동향을 잘 살펴 ESG 경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민창욱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cwmin@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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