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 취소하라" 또 판결
[관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 취소하라" 또 판결
  • 기사출고 2021.03.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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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관세법상 풍속 해치는 물품 아니야"

성인 여성 전신과 비슷한 모형의 인형 즉, '리얼돌'은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2월 18일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했다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된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68950)에서 이같이 판시, "수입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대호가 A사를 대리했으며, 김포공항세관장은 이번에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사가 수입한 리얼돌은 전체적으로 사람의 피부색과 유사한 빛깔을 띠고 있고, 유두 및 성기 부분은 좀 더 진한 색으로 채색되어 있으며, 외음부 형태가 구현된 성기 위로 음모 형태의 털이 부착되어 있다. 가슴 부분은 성인 여성의 가슴과 비슷한 모양이고, 성기와 항문 부분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재판부는 먼저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이라고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여기서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 · 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 · 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 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물품(A사가 수입한 리얼돌)은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그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 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물품이 성기구 이외의 다른 의학, 교육, 예술 등의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고 실제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처분에는 이 사건 물품의 용도가 성기구인 점이 전제되어 있으나, 신체와 유사한 성기구는 단순한 성적인 만족이나 쾌락을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가 육체적 · 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나 일시적 혹은 상시적으로 성행위 상대가 없는 경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 통상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물품의 원래 용도나 목적을 고려하여 음란성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그 형상이 조잡한 신체 형상의 성기구 수입을 허용하고 있어 '성기구'라는 이유만으로 풍속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고,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하여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는데, 이는 성기구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적어도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 · 판매됨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