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돈사 바닥으로부터 1m 높이에 쥐약 설치했다가 성체돼지 62두 폐사…쥐약설치업자 책임 80%"
[손배] "돈사 바닥으로부터 1m 높이에 쥐약 설치했다가 성체돼지 62두 폐사…쥐약설치업자 책임 80%"
  • 기사출고 2021.03.0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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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쥐약 섭취-폐사 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

양돈업자인 농업회사법인 A사는, 축사 소독업자인 B씨에게 의뢰하여 2017년 1월 초 A사가 운영하는 양돈농장에 쥐약을 설치했다가 성체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한 후 62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돈사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에 쥐약을 설치, 성체돼지들이 쥐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A사는 B씨를 상대로 돼지 폐사에 따른 손해와 쥐약을 섭취한 돼지의 치료를 위한 비용, 쥐약 섭취에 따라 돼지의 성장이 지연되어 발생한 비용 등 1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18가단18563)을 냈다.

대구지법 신종화 판사는 2월 19일 피고의 책임을 80% 인정, 62두의 성체돼지 폐사로 인한 손해 2,300여만원와 치료제 구입비용 740여만원을 합한 3,000여만원 중 2,400여만원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출하지연 또는 출하량 감소로 인한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신 판사는 "피고가 2017. 1. 초경 원고의 의뢰에 따라 쥐약을 설치하면서 돈사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에 쥐약을 설치하였고, 성체돼지들이 수용되어 있던 한 방에 두 개 또는 세 개씩의 쥐약을 설치한 사실, 100kg이 넘는 성체돼지들이 수용되어 있던 2동과 3동에서 성체돼지들이 벽에 발을 대고 1m 높이에 설치되어 있던 쥐약을 섭취한 사실, 2017. 1. 6.경부터 2017. 1. 13.경까지 사이에 쥐약을 섭취한 성체돼지 62두가 소화기 출혈을 일으키고 설사를 한 후 폐사에 이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성체돼지들만 폐사한 사정, 쥐약이 피 설사를 하게 함으로써 쥐를 죽게 하는 메커니즘과 원고가 피고의 권유에 따라 해독제인 비타민 K3를 주사함으로써 성체돼지들의 중독이 상당 부분 치유된 것으로 보이는 사정, 쥐약의 독성에 관한 사회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성체돼지의 쥐약 섭취와 폐사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또 "축사에 독성물질인 쥐약을 설치하여 쥐를 박멸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피고로서는 쥐약을 설치함에 있어 돼지가 쥐약을 섭취할 수 없는 안전한 장소에 쥐약을 설치하는 등 쥐약 취급상의 엄격한 주의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성체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할 수도 있는 바닥으로부터 1미터 가량의 높이의 장소에 쥐약시료를 설치하는 등 쥐약 설치나 취급과정에서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쥐약을 섭취한 돼지는 모두 이미 출하시기가 임박한 성체돼지이고, 원고와 피고는 2017. 1. 7.경 이미 설치한 쥐약을 모두 제거하였으며, 2017. 1. 7. 이후 비타민 K3 등 약품의 투약으로 소화기 출혈이나 설사가 눈에 띄게 치유된 사실이 인정되어 쥐약섭취로 인하여 1,066두의 돼지의 성장이 45일간 지연되고 그로 인하여 두당 사료 섭취량이 매일 3.5kg 더 소요되었다거나, 2017. 1경 쥐약 섭취로 인하여 폐사한 돼지를 제외한 156두의 돼지의 출하가 감소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출하지연 또는 출하량 감소로 인한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신 판사는 또 "피고에게 쥐약설치를 통한 쥐의 박멸을 의뢰한 원고로서도 쥐약이 독성물질로서 가축 등에게 유해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가 쥐약을 설치함에 있어 설치 방법, 설치 위치 등이나 취급방법 등에 대하여 안전을 강구하도록 요구하고(돼지들의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거나 안전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할 주의의무가 있다), 성체돼지가 쥐약을 설치한 부분의 단열재 등을 뜯고 섭취한 흔적을 발견한 즉시 쥐약을 제거하는 등의 관리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