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동대표 선거 관리하다가 고소당해…입주자대표회의가 변호사 보수 지원해야"
[민사] "동대표 선거 관리하다가 고소당해…입주자대표회의가 변호사 보수 지원해야"
  • 기사출고 2021.03.0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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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입주자대표회의 · 입주민 전체 이익과 관련"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이 동대표 선거의 선거관리 업무를 하다가 입후보자로부터 고소를 당해 재판을 받았다면 입주자대표회의가 변호사 보수를 지원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가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있던 서울 강남구에 있는 B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18년 4월 30일부터 5월 26일까지 실시된 제7기 동별대표자 선출선거에 출마한 C씨가 '입후보하게 된 동기'에 '비양심적인', '결탁하여', '마음대로', '횡령한 혐의가 들어나', '비호세력의 집요한 방해로', '비리를', '도와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등의 문구를 기재한 홍보물을 제출하자, 해당 문구가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아 문구를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C씨는 이를 거부했고, 선관위는 의결절차를 거쳐 해당 문구를 삭제한 홍보물을 제작하여 승강기 등 게시판에 부착하여 공고했다. 이후 선거에서 낙선한 C씨가 "A씨가 선관위원장으로서 동의 없이 홍보물 내용 중 일부 문구를 임의로 삭제하여 공고한 것은 사문서위조 등에 해당한다"며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사문서변조 등의 혐의로 약식기소되어 정식재판에 회부되었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사의 항소가 기각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 형사사건의 1심과 항소심에서 변호사 보수로 심급 당 550만원씩 1,100만원을 지급한 A씨가 "선거관리사무를 하던 중 부당한 허위 고소와 기소를 당하여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의 비용 보전 거절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입주자대표회의와 C씨를 상대로 변호사 보수 1,100만원과 위자료 2,000만원 등 3,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20가단5184353)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12월 22일 "입주자대표회의는 1,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위자료 청구와 C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김 판사는 "피고 C가 제출한 홍보물 중 삭제된 문구들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제6기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들이 금전적으로 거액의 부정한 업무처리 또는 횡령을 한 것으로 오인하도록 할 여지가 있어, 그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구 수정을 요구한 것은 선거관리업무의 적법한 권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동별대표자 선출선거의 선거관리업무를 적법하게 수행하다가 선관위의 업무처리에 대하여 불만을 가진 입후보자로부터 고소를 당함으로써 법적 분쟁이 발생하였고, 이러한 법적 분쟁에 대응하는 것은 피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물론 입주민 전체를 위한 이익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고소 및 법적 분쟁에 대응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서 관리규약 제51조 또는 제79조에 의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원하는 것이 합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입주자대표회의, 선관위 등과 같이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여 결성된 단체의 구성원이 되어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단체에서 변호사 보수를 지원하여 부당한 고소 및 법적 분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단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라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행한 업무집행과 관련하여 고소를 당하여 무죄판결까지 받았음에도 고소와 법적 분쟁에 대항하기 위하여 선임한 변호사 보수마저도 개인적으로 부담하게 한다면, 선의를 가지고 단체를 위하여 봉사하려는 사람은 더욱 찾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2011도4677 판결 등)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 ·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