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경찰관에게 욕설' 취객 무혐의 났다고 체포 경찰 징계권고 곤란
[행정] '경찰관에게 욕설' 취객 무혐의 났다고 체포 경찰 징계권고 곤란
  • 기사출고 2021.02.0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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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인권위 징계권고 취소하라"

경찰관 A씨는 2019년 6월 29일 오전 5시 25분쯤 '주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경찰들과 함께 상주시에 있는 아파트 지상 주차장으로 출동, 만취해 잠들어 있는 B씨의 상태를 확인, B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으나 이 과정에서 B와 실랑이가 발생, B가 A등 경찰들에게 'XX, XX놈아' 등의 욕설을 하고 A의 정면에 서서 A를 향해 손을 뻗는 등 욕설을 넘어서는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A 등 경찰들이 B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검사는 2020년 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 했다. 이후 B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인권위가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상주경찰서장에게 출동 경찰들에 대해 징계 등 조치할 것을 권고하자, A가 인권위를 상대로 징계권고 결정을 취소하라며 소송(2020구합3090)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1월 14일 "A가 B를 체포한 행위를 두고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상주경찰서장에게 한 징계권고 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면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 · 시간적 접착성, 범인 · 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함칙에 비추어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에 대한 불기소처분은 B의 행위가 공무집행해죄로 형사책임을 묻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일 뿐, B의 행위가 정당하다거나 원고의 체포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B가 욕설에 이어 원고를 향해 한 유형력의 행사는 공무집행해죄에서 정한 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B는 경찰의 조력을 거부하고 유형력을 행사하는 등 점차 강도가 높아지는 방식으로 시비하던 상태로 위험성이 커지고 있었다"며 "현장의 경찰로서는 당시 상황을 기초로 체포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의 신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출동하여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던 원고와 그러한 경찰을 상대로 만취하여 욕설에서 나아가 유형력을 행사한 B 사이에 선후와 우열이 불분명한 다툼이 발생한 상황에서, 직무를 집행하던 원고는 위법한 체포행위를 하여 인권침해를 하였음을 이유로 징계를 당하여야 하고, B는 위법한 체포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로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