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9cm 장침 시술 중 폐 찔려 70대 사망, 업무상 과실치상 유죄
[형사] 9cm 장침 시술 중 폐 찔려 70대 사망, 업무상 과실치상 유죄
  • 기사출고 2021.02.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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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사망 예견가능성 없어…과실치사는 무죄"

70대 노인의 어깨 부위에 9cm 장침을 시술하던 중 장침으로 폐를 잘못 찔러 숨지게 한 한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여 · 43)씨는 2018년 3월 2일 오후 3시쯤 왼쪽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B(당시 76세)씨에게 일반침 약 10개 이외에도 왼쪽 견갑하근 부위에 총 길이 약 12㎝, 침 길이 9㎝의 장침을 시술하던 중 침으로 왼쪽 폐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B씨는 장침 시술을 받은 이후 약 20분이 경과한 오후 3시 21분쯤부터 호흡곤란을 호소하다가 1시간여 뒤 사망했다. B씨는 오른쪽 폐의 기능이 대부분 소실된 상태에서 장침이 왼쪽 폐를 찔러 기흉(공기가슴증)이 발생해 기흉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가 업무상 과실로 B씨에게 기흉을 발생하게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한의학에서 통상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때 이루어지는 문진이나 진맥 등을 통하여서는 피해자의 경우와 같이 한쪽 폐의 기능이 소실된 상태라는 정도의 확인은 불가능한 점, ▲한의사의 침 시술로 인하여 기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와 같은 기흉으로 인하여 사망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1부(재판장 이우철 부장판사)는 12월 3일 원심을 깨고,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2020노118).

재판부는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것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9122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기흉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하였다는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에게 기흉을 발생하게 하였다는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구성요건을 온전히 포함하고 있음이 명백하고, 피고인도 피해자에게 장침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왼쪽 폐에 기흉을 발생하게 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원심에서부터 계속 치열하게 다투어 왔으므로, 업무상과실치상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①피고인은 2012년경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래 계속해서 한의원을 운영해 왔는데, 2016년경 65세 전후의 환자의 견갑하근에 장침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기흉을 발생하게 한 전력이 있는 점, ②피해자는 키 168㎝, 몸무게 53㎏의 마른 체형이었는데, 마른 사람의 경우 일반인보다 근육이 얇아서 침을 찔러 넣는 속도를 더 줄이고, 목표 부위를 명확히 해야 하며, 침의 깊이와 방 향도 주의하는 등 좀 더 세밀하게 시술할 필요가 있고, 피고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장침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장침이 피해자의 왼쪽 폐를 찔러 기흉을 발생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원심에서, 통상적으로 한쪽 폐에 기흉이 발생하면 다른 쪽 폐가 기능을 하면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기에 치료가 가능한 것인데, 피해자의 경우 오른쪽 폐가 90% 이상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왼쪽 폐에 기흉이 발생한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기흉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인해 운영하던 한의원을 폐업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점 등을 양형의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