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끼워주지 않았다고 신호대기 중인 트럭 운전자 폭행…특가법 유죄"
[교통] "끼워주지 않았다고 신호대기 중인 트럭 운전자 폭행…특가법 유죄"
  • 기사출고 2021.02.0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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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법] "운행 중인 운전자 해당"

사거리에서 정지신호에 따라 신호대기 중이던 트럭 운전자를 폭행했다면 특가법상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20년 1월 21일 오후 3시쯤 트럭을 운전하고 있던 B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끼워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서울 성동구에 있는 사거리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B씨의 트럭에 가서 운전석 문을 연 다음 운전석에 앉아 있는 B씨의 멱살을 잡아 누르고 주먹으로 B씨의 얼굴을 때려 임플란트 식립기간 포함 전치 약 180일의 치아 아탈구 등의 상해를 입혀 자동차를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게 한 혐의(특가법상 운전자 폭행)로 기소됐다.

A씨가 위와 같이 B씨를 폭행하는 동안 정지신호가 바뀌어 앞에 있던 차량들과 옆 차선의 차량들이 운행을 하였고, B씨의 트럭은 계속 시동을 켠 채 변속레버를 P에 옮겨 놓고 정차하고 있었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의 트럭으로 다가갔을 때 B씨가 먼저 트럭의 문을 열었고 B씨의 오른발이 트럭의 왼쪽 문 가까운 부분에 위치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사건 당시 B씨는 계속 주행할 의사 없이 트럭에서 내리려고 하였으므로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상구 부장판사)는 그러나 1월 28일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할 당시 피해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5조의10 제1, 2항의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죄를 인정,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2020고합45).

재판부는 "특가법 제5조의10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운전자에 대한 폭행 또는 폭행치상의 죄는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상대로 폭력 등을 행사하여 운전자, 승객 또는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 함으로써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그 보호법익의 하나로 삼고 있으므로, 위 각 규정에서의 '운행 중'이란 '운행 중 또는 일시 주 · 정차한 경우로서 운전자에 대한 폭행으로 인하여 운전자, 승객 또는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해석되고, 반면 그 보호법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로서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 · 정차한 경우'는 '운행 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①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장소는 다수의 차량이 빈번하게 통행하고 있었던 사거리 도로로서 운전자에 대한 폭행으로 인하여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충분한 장소인 점, ②피해자는 위 사거리에서 정지신호에 따라 일시 정차하였고, 피해자의 트럭의 앞과 뒤에 신호변경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도 신호가 바뀜에 따라 트럭을 계속 운전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 ③피고인은 트럭 운전석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얼굴을 때렸고,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얼굴 부위를 맞은 이후에 비로소 피고인에게 대항하기 위하여 트럭에서 내렸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가 트럭을 일시 정차한 시점은 물론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할 당시에도 '계속 운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위 인정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할 당시 피해자는 특가법 제5조의10 제1, 2항의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운전자에 대한 폭력행사는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져 심각한 인명 피해 및 재산상 손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하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피고인의 승용차를 끼워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거리 도로에 신호대기 중이던 피해자의 승용차에 가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려 치아 아탈구 등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사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각 차량 주변에는 다수의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어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가법 5조의10은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이라는 제목 아래 1항에서 "운행 중(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조 3호에 따른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 · 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2항에서 "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