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초등학교 경계에서 103m 떨어진 상가건물내 만화대여업 금지 위법"
[행정] "초등학교 경계에서 103m 떨어진 상가건물내 만화대여업 금지 위법"
  • 기사출고 2021.01.2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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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만화대여업 추가로 나쁜 환경 단정 곤란"

초등학교 경계로부터 103m 떨어진 상가건물에 만화대여업 운영을 금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11월 26일 A사가 만화대여업을 운영하게 해달라며 서울시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66428)에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 행위와 시설 제외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7년 10월경부터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상가건물 4층에서 만화대여업(이하 영업소)을 운영하고 있으나, 서울시서부교육지원청은 민원제보에 따라 2018년 3월 조사를 거쳐 이 영업소가 B초등학교의 경계로부터 103m, 출입문으로부터 147m에 위치한 것을 확인하고 즉시이전, 폐업, 업종 전환 등을 지도했다. 이에 이 만화대여점을 총괄 운영하던 A사의 직원이 2018년 4월 서부교육지원청에 만화대여점을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 행위와 시설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했으나, '학습과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불허되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A사가 2019년 9월 다시 같은 취지의 제외 신청을 했으나 같은 이유로 불허되자 소송을 냈다. 

이 만화대여점은 지하철역 인근의 상가건물 4층에 있는데, B초교에서 이 영업소의 출입문이나 내부 행위가 전혀 보이지 않고, 건물은 차폐되어 있다. 또 인접 범위 내에 미성년자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 위치해 있지도 않다. 2019년 10월 8일 현재 이 만화대여점 주변을 통학로로 이용하는 학생은 전체 176명 중 1명에 불과하다. B초교 교장은 '이 영업소가 학습과 교육환경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영업소(만화대여점)가 위치한 건물 지하층에는 노래연습장, 1∼2층에는 주점과 음식점, 3층에는 음식점, 5층에는 당구장이 입점해 있는데, 건물의 이용현황에 비추어 볼 때 4층에 만화대여업이 추가된다는 사정만으로 B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교육환경에 더 나쁜 영향이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그러한 정도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에 따라 상대보호구역 내에 있는 (A사) 영업소의 영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만화가 학생에게 유해하고, 그 연장선에서 만화대여업이 유해업소에 해당한다는 전제에 서 있으나, 현재 시행되는 관계법령은 만화 내지 만화대여업을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유해한 것으로 단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폭력성, 선정성이 수반되는 일부 문화가 유해할 뿐이고, 이는 해당 유해물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 · 고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별도 규율하면 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사 직원의 신청에 대해 피고가 불허 처분을 할 당시 영업소에는 성인만화가 비치되어 있었고, 구획된 공간에 커튼이 설치되어 있어 이러한 사정이 피고의 종전 처분과 그에 관한 쟁송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였으나, 원고는 그 후 성인물을 모두 정리하고, 커튼이나 블라인드 등의 시설도 모두 제거하였다고 하므로 이러한 변경된 사정이 심의 및 처분에 고려되어야 한다"며 "피고는 제거된 성인물, 커튼 등은 영업자의 의사에 따라 다시 배치되는 등 쉽게 변동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러한 행위는 별도의 단속을 통해 규율하면 족하고, 이를 이유로 원고의 영업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와 재산권(헌법 제23조 제1항)의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