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동료 캐디가 유흥업소 운영한다'고 허위 사실 적은 출금요청서 회사에 제출했어도 명예훼손 무죄
[형사] '동료 캐디가 유흥업소 운영한다'고 허위 사실 적은 출금요청서 회사에 제출했어도 명예훼손 무죄
  • 기사출고 2021.01.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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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전파 가능성 없어"

골프장 캐디들이, 동료 캐디가 유흥업소를 운영한다고 허위 사실을 적은 요청서를 회사에 제출했어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아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 없다는 이유다.

A씨 등 대전에 있는 골프장의 캐디 3명은, 2013년 4월 19일 골프장 도우미 대기실에서 "(동료 캐디인) B씨가 도우미로서 지켜야 할 예절 범위를 벗어나 유흥을 일삼고, 외부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등 골프장 도우미들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으므로 골프장 출입을 금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작성하여 비서실 직원인 C씨를 통하여 회사에 제출하고, 약 두 달 뒤인 6월 18일경 동료 여러 명에게 'B씨가 유흥업소 종사자이며 유흥을 일삼는 여자'라는 취지로 작성된 서명자료를 읽고 서명하게 하여,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B씨는 2007년경 일식집을 운영하였을 뿐 유흥을 일삼거나 유흥업소를 운영한 사실이 없었다.

1심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A씨 등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회사에 요청서를 제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①피고인들이 회사에 요청한 것은 피해자를 징계하였으므로 '출입금지'시켜 달라는 것인 점, ②실제 회사는 캐디들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를 출입금지처분하였던 점, ③C는 회사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서류가 접수되면 자신을 통하여 사장에게 전달되고 사장은 이를 검토하여 대표이사에게 보고를 한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C를 통하여 회사에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에 대한 출입금지처분을 요청하기 위하여 그 담당자에게 요청서를 제출한 것인바, 피고인들이 적시한 허위의 사실이 담당자인 C를 통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허위사실 유포의 공연성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하고, 허위 내용의 서명자료를 만들어 동료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행위만 유죄로 보아 형량을 벌금 50만원으로 낮췄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12월 30일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5도15619).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발언 상대방이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으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되고,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동료 캐디들에게 서명을 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적시된 사실을 실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으로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발언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공연성 즉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서명자료를 만들어 여러 명의 동료들에게 읽게 하고 서명을 받았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해당하고, 설령 그 내용이 동료들 사이에 만연한 소문이었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원심에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