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심사기간 종료 후 기준 변경해 중국 전담여행사 갱신 거부 위법"
[행정] "심사기간 종료 후 기준 변경해 중국 전담여행사 갱신 거부 위법"
  • 기사출고 2021.01.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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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갱신제 본질 등에 위배"

문화체육관광부가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갱신을 위한 심사기간이 종료한 후 심사기준을 변경하고 변경된 심사기준을 적용해 전담여행사 갱신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는 정부가 추천한 여행사만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 · 접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1998년 우리나라와 중국 간 협정으로 도입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월 24일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갱신이 거부된 A여행사가 "전담여행사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두45633)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김동성, 안슬기 변호사가 A여행사를 대리했다. 문체부장관은 법무법인 한별이 대리했다.

2006년 4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로 신규 지정되어 2013년 12월 갱신된 A사는, 2016년 11월 '무자격가이드 고용 등 행정처분으로 감점 6점 이상'이라는 이유로 문체부로부터 전담여행사 지정취소 처분을 받자 "문체부가 변경된 평가기준을 사전에 공표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지정취소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문체부는 이에 앞서 1998년 7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업무 시행지침'을 제정한 후 2013년 5월경 2년에 1회 재심사를 통해 전담여행사 지위를 갱신하는 '전담여행사 갱신제'를 도입하고, 2013년 9월경 각 평가영역 · 항목 · 지표에 따른 점수의 합계가 75점 이상인 경우에 전담여행사 지위를 갱신하기로 기준을 정한 후 이를 한국여행업협회장을 통해 전담여행사들에게 공지했다. 문체부는 종전 처분기준에 따른 갱신 심사를 거쳐 2013년 12월 A여행사의 전담여행사 지위를 갱신하였으나, 일부 전담여행사들이 무자격가이드를 고용하고, 무단이탈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위반행위로 인한 폐해가 늘어나자, 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2016년 3월 23일경 종전 처분기준의 각 평가영역 · 항목 · 지표 및 배점 등을 일부 변경하고, ①평가기준 점수가 70점 미만이거나 ②70점 이상 업체 중에도 행정처분(무자격가이드 등)으로 6점 이상 감점된 업체에 대해서는 전담여행사 지위를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이를 미리 공표하지 않은 채 갱신심사에 적용했다. A여행사는 변경된 처분기준에 의할 때 갱신 기준 점수인 70점을 상회하는 77점을 받았으나, 갱신제 평가기간인 2014년 1월경부터 2015년 10월경 사이에 무자격가이드 고용, 무단이탈보고 불이행 등 위반사항으로 받은 행정처분으로 인한 감점이 8점이어 탈락기준인 6점을 상회했다. 문체부가 당초 2016년 3월 A여행사에 전담여행사로 재지정한다고 통지한 후 A여행사의 행정처분으로 인한 감점이 8점이어 재지정 탈락기준인 6점을 상회한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2016년 11월 다시 A여행사에 전담여행사 재지정을 직권으로 취소한다고 통지하자 A여행사가 소송을 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A여행사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전담여행사 제도를 관리 · 운영하는 피고는 전담여행사 갱신제의 평가 항목과 배점, 평가 방식, 평가 점수의 구체적 산정 방법과 기준 등에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며 원고 패소 판결하자 A여행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변경된 처분기준은 총점과 상관없이 행정처분으로 6점 이상 감점을 받은 사정만으로 전담여행사 지위의 갱신을 거부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총점을 기준으로 갱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종전 처분기준을 중대하게 변경한 경우에 해당하고, 피고는 이미 2년의 심사대상기간(2014. 1. ~ 2015. 12.)이 종료된 후, 갱신 여부를 심사하는 도중에 2016. 3. 23.경 심사기준을 중대하게 변경하고 변경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원고에 대하여 전담여행사 재지정을 직권으로 취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갱신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일부 전담여행사들이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는 등의 위반행위가 늘어나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관광진흥법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엄정한 제재처분을 시행하여야 할 사유에 해당할 뿐, 전담여행사 갱신제와 관련하여 피고가 사전에 공표한 처분기준을 변경하여 전담여행사 지정 업체수를 대폭 감축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로 보기는 어렵고, 사후적으로 변경된 처분기준에 따라 갱신 거부라는 추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제재처분 시점의 법령이나 처분기준이 아니라 그 위반행위 시점의 법령이나 처분기준에 따라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피고가 사후적으로 변경된 처분기준에 따라 원고에 대한 전담여행사 갱신 거부를 결정한 것은, 전담여행사 갱신제 자체를 폐지하거나 갱신되는 전담여행사 업체수를 종전보다 현저하게 감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거나 관계 법령이 제 · 개정되었다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기준 사전공표 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갱신제의 본질 및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되는 공정한 심사 요청에도 반하므로 위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이 이 사건 처분에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하거나 재량행위에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사전에 공표한 심사기준 중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거나 다소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었던 부분을 명확하게 하거나 구체화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심사대상기간이 이미 경과하였거나 또는 상당 부분 경과한 시점에서 처분상대방의 갱신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대하게 변경하는 것은 갱신제의 본질과 사전에 공표된 심사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므로, 갱신제 자체를 폐지하거나 갱신 상대방의 수를 종전보다 대폭 감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거나 관계 법령이 제 · 개정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