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위헌"
[헌법]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위헌"
  • 기사출고 2021.01.0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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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표현의 자유 · 평등권 등 침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2월 23일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가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마416)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2013년 9월경부터 2014년 5월경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 비서실장과 관련 비서관들은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운영하면서 이른바 좌편향 인사와 단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의 축소 · 배제 관련 내용이 포함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을 구축하고, 정부 지원 배제 대상 명단을 문체부에 하달했다. 문체부는 2014년 5월경부터 대통령비서실에서 전달받은 지원배제 명단을 비롯하여, 국정원 정보보고 문건, 국정원에 검토 의뢰하여 받은 명단 등을 취합해 가면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계속 보완하였고, 여기에 포함된 개인 · 단체가 정부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이러한 지원 배제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를 운영하고, 청와대로부터 하달된 지시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들에 대하여 각종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청구인들을 배제하라고 지시하여 그 지원을 차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 · 보유 · 이용하는 등의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이를 위해서는 법령상의 명확한 근거가 필요한데, 정부가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수권하는 법령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야당 소속 후보를 지지하였거나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를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청구인들의 정치적 견해에 관한 정보수집 등의 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저하고, "나아가 정보수집 등 행위는 청구인들의 정치적 견해를 확인하여 야당 후보자를 지지한 이력이 있거나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사를 표현한 자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을 차단하는 위헌적인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할 여지가 없어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부는 국가적으로 지향하여야 할 목표 등을 정하여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 · 시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책에 부합하는 특정 사업을 지원할 수 있으나, 청구인들을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한 일련의 지시 행위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자에 대하여 문화예술 지원 공모사업에서의 공정한 심사 기회를 박탈하여 사후적으로 제재를 가한 것이고, 이는 정부가 합법적으로 특정 사업을 지원하는 경우와 명백히 구분되는 것으로 개인 및 단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조치로 이해하여야 한다"며 "집권세력의 정책 등에 대하여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며, 화자의 특정 견해, 이념, 관점에 근거한 제한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제한인데, 지원배제 지시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그 목적 또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진 청구인들을 제재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므로,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평등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 따라, 정부는 문화의 다양성 · 자율성 · 창조성이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도록 중립성을 지키면서 문화를 육성하여야 함에도, 청구인들의 정치적 견해를 기준으로 이들을 문화예술계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도록 한 것은 자의적인 차별행위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 정보수집행위 등과 지원배제 지시는 헌법에 위배되므로 모두 취소되어야 할 것이나, 이미 피청구인들의 행위가 종료되었으므로 동일 또는 유사한 기본권 침해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언적 의미에서 그에 대한 위헌 확인을 하였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