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주주명의만 대여한 형식적 주주 2차 납세의무 없어"
[조세] "주주명의만 대여한 형식적 주주 2차 납세의무 없어"
  • 기사출고 2021.01.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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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돈 받고 대출목적으로 명의 대여"

체납법인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아닌 단지 주주명의만을 대여한 형식적 주주는 과점주주로 볼 수 없어 2차 납세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사자는 돈을 받고 자신을 이사로 기재한 법인설립등기신청서 등을 제출해 체납법인을 설립하고 체납법인 명의 은행 계좌에 연결된 통장, 카드, 비밀번호 등을 제공해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체납법인인 A사의 대표자로 등재되어 있는 B씨는, 역삼세무서장이 2018년 9월 A사의 2차 납세의무자로 자신을 지정하여 가산세, 가산금 포함 법인세 57억 7,900여만원과 부가가치세 38억 8,600여만원 등 96억 6,500여만원을 부과하자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2019구합73321)을 냈다.

A사는 2014년 3월 14일 서울 강남구에서 개업하여 '소매 · 전자상거래업' 등을 영위하다가 같은 해 12월 31일 '사업실적과 사업장 없음' 등 사유로 직권 폐업됐다. 역삼세무서장은 2018년경 A사에 대한 2014 사업연도 법인제세 통합조사를 실시한 결과, 233억 4,000만원 상당의 수입금액 등을 신고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A사에 2014 사업연도 법인세 56억 1,000여만원, 2014년 제1, 2기 부가가치세 37억 7,300여만원을 부과했으나, A사가 이를 납부하지 못하자 B씨가 A사의 출자지분 100%를 보유한 과점주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법인세 등을 부과했다.

B씨는 재판에서 "법인명의 통장 등으로 거래실적을 만들어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성명불상자의 제안을 수락한 후, 그의 요청에 따라 관계 서류를 제출하여 체납법인을 설립하고 체납법인 명의의 통장 및 현금카드를 개설하여 양도하였다가 형사처벌 받은 사실이 있을 뿐, 실제 체납법인의 운영에 관여하거나 배당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일정한 돈을 받는 대가로 법인 설립에 필요한 명의를 빌려달라는 제의를 받고 2014년경 이사 'B'로 기재된 A사에 대한 법인설립등기신청서 등 설립등기에 필요한 관계 서류를 법원 등기국에 제출해 A사를 설립하고, A사 명의 은행 계좌에 연결된 통장, 카드,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준 혐의 등으로 2016년경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되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원고는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에서 정한 제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인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체납법인을 설립할 당시 28세로 부동산 경매 관련 업무를 한 경력이 있었고, 본인이 원하는 대출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성명불상자에게 계속해서 명의를 빌려주고 다수의 통장을 개설하여 양도하였다는 점이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으나, 원고에 대한 위 형사재판이 원고의 자백에만 근거하여 사실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고, 오히려 위 형사재판에서 원고와 마찬가지로 접근매체 양도의 범죄사실을 저지른 다른 피고인들이 함께 수사와 재판을 받았으며, 원고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위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대출 목적으로 성명불상자에게 본인의 명의를 대여하고 체납법인의 설립에 관여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의 나이나 경력 및 원고가 체납법인의 설립 등에 관여한 사정만으로는 위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가 체납법인 설립 당시 출자금을 실제로 부담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체납법인의 설립 이후 사무실 임차계약을 체결한 것 외에는 체납법인의 경영에 관여한 바가 없으며, 이후 주주총회에 참석하거나 배당금을 지급받는 등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는 "세무조사 당시 원고가 한 '법인 개설 후 법인 통장을 만들어 그 실적을 근거로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목적이었다'라는 취지의 진술이 원고가 체납법인의 형식적인 주주가 아니라 실질주주임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체납법인을 반드시 실질주주가 직접 운영하여야만 체납법인 명의의 대출이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위 진술이 원고가 체납법인을 직접 운영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가 직접 체납법인(A사)의 설립등기를 신청하였고, 체납법인 명의의 여러 계좌를 개설하였으며, 체납법인의 사무실을 직접 임차하여 그 차임을 지급하는 등으로 체납법인의 설립 등에 관여한 사실은 있으나, 원고는 체납법인의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아닌 단지 주주명의만을 대여한 형식적인 주주에 불과할 뿐, 체납법인의 주식에 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과점주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