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직장보육시설 설치 안 하면 근로자가 사업주 상대 보육수당 직접 청구 가능"
[노동] "직장보육시설 설치 안 하면 근로자가 사업주 상대 보육수당 직접 청구 가능"
  • 기사출고 2020.12.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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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현대제철 당진사업장 근로자들에 승소 판결

구 영유아보육법상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는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이 직접 사업주를 상대로 보육수당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월 10일 현대제철 당진사업장 근로자 A씨 등 41명이 "직장어린이집 미설치에 따른 보육수당을 지급하라"며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3다31601)에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사업장의 근로자는 사업주를 상대로 구 영유아보육법 제14조 제1항을 근거로 정부 보육료 지원 단가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보육수당 최소한도액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소송을 낸 지 11년, 항소심 판결 후 7년 만의 대법원 승소 판결이다. 법무법인 동인이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다. 현대제철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만 6세 미만의 자녀를 1명 이상 두고 있는 A씨 등은 2009년 12월 회사를 상대로 2006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보육수당의 최소한도인 정부 보육료 지원 단가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보육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구 영유아보육법 제14조 제1항만으로 근로자들이 사업주들을 상대로 곧바로 보육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취득한다고는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하자 상고했다. 구 영유아보육법 14조 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의 사업주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장의 사업주가 직장보육시설을 단독으로 설치할 수 없을 때에는 사업주 공동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 · 운영하거나, 지역의 보육시설과 위탁계약을 맺어 근로자 자녀의 보육을 지원하거나,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당시 시행되던 시행규칙은 "영유아보육법 14조 1항의 규정에 따른 보육수당은 정부보육료 지원 단가의 100분의 50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현대제철 당진사업장은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으로 영유아보육법상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는 사업장(의무사업장)이나, 현대제철은 원심 변론종결시까지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근로자들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사안의 쟁점은 원고들이 구 영유아보육법 제14조 제1항을 근거로 의무사업장의 사업주인 피고를 상대로 직접 보육수당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 즉, 보육수당 직접청구권의 인정 여부다.

대법원은 "구 영유아보육법 제14조 제1항은 의무사업장의 사업주의 주된 의무인 보육시설 설치와 관련하여 직접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다른 사업주와 공동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지역 보육시설과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사용자가 보육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사업주가 보육시설 제공과 관련하여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세 가지 방법 중 어떤 것으로도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사업주의 의무는 보육수당 지급의무로 확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구 영유아보육법 제14조 제1항은 의무사업장 소속 근로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직접 정부 보육료 지원 단가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보육수당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다만, "구 영유아보육법 제14조 제1항이 시행되던 시기에 보육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정부보육료 지원 단가는 매년 보건복지부장관에 의해 가구별 소득수준 등에 따라 지원 여부가 차등 설정되어 왔는바, 위에서 본 법리와 별개로 원고들의 소득수준이 그 지급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주장 · 증명책임 분배의 원칙상 원고들에게 주장 · 증명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동인의 안중민 변호사는 "근로자들이 위 조항에 기하여 사업주에게 직장어린이집 설치 · 운영을 청구할 구체적 · 직접적인 권리(또는 그를 대체할 보육수당청구권)를 갖는지 여부에 대하여 불명확한 점이 있었는바, 근로자들이 그러한 구체적 · 직접적인 권리를 갖는다고 명백히 밝힌 점에 선례적 의의가 있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보육수당청구권은 2014. 5. 20.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폐기되었으며, 사업주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직장어린이집을 단독으로 설치할 수 없을 때에는 사업주 공동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 운영하거나, 또는 지역의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어 근로자 자녀의 보육을 지원하여야 하는 의무만이 남게 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