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적대적 M&A 의결정족수 상법 조항보다 가중한 초다수결의제 무효"
[상사] "적대적 M&A 의결정족수 상법 조항보다 가중한 초다수결의제 무효"
  • 기사출고 2020.12.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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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다수주주의 의결권 본질적으로 침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상법상의 특별결의요건보다 가중된 결의 요건을 정관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초다수결의제'는 우리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코스닥 상장사인 합성섬유제조업체 A사의 주주인 B씨는, A사가 2014년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적대적 인수합병의 경우 상법상의 특별결의요건을 가중하여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90%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70% 이상을 의결정족수로 정하고, 이 조항을 개정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정족수를 요한다는, 초다수결의제로 정관을 변경하는 결의를 하자, 이 결의가 상법 434조 등을 위배하여 무효라며 A사를 상대로 소송(2017가합2297)을 냈다. 상법 434조는 정관의 변경에 대한 특별결의요건으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법 434조의 특별결의 요건은 주식회사의 합병, 주식의 분할,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등에 적용된다.

전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최치봉 부장판사)는 10월 29일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한 정관조항(가중조항)은 상법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며 "정관변경결의는 무효"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사명이 B씨를, A사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상법은 주주총회의 보통결의요건에 관하여 정관 등에 의한 가중을 허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제368조 제1항), 특별결의요건에 관하여는 이러한 가중을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데(상법 제434조 참조), 만일 입법자가 특별결의요건에 관하여도 보통결의요건과 같이 정관에 의한 가중을 허용할 의사였다면 이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었을 것임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이를 허용하지 않을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하고, "만일 특별결의요건을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주식회사의 여러 중요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상법 제434조가 규정한 것과 다른 내용의 특별결의요건을 얼마든지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주주총회에서의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예측가능성을 침해함은 물론, 나아가 상법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요건을 별도로 규정한 취지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주식거래시장이나 주식회사와의 거래시장에서의 안전성과 신속성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초다수결의제는 현행 상법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주의 권리는 본질적으로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므로, 다수주주에 의해 소소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반대로 소소주주의 권리라는 목적에만 치우쳐 다수주주의 의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 역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초다수결의제를 허용할 경우 극단적으로는 극히 일부 소수주주의 반대만으로도 주식회사의 경영이나 영업 등 중요사항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는 소수주주에 의한 다수주주에 대한 지배 또는 억압일 뿐만 아니라, 다수주주의 의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어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상법은 주식회사의 합병에 있어 주주총회에서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상법 제522조 제1항, 제3항), 그 합병이 '우호적'인지 또는 '적대적'인지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있고, 자본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합병의 자유가 보장되는데, 그 합병의 성격이 우호적 또는 적대적인지 여부에 따라 합병의 허용 여부가 본질적으로 달리 취급되는 것도 아니다"며 "특히 가중조항에 포함된 '적대적'이란 용어는 이미 그 표현 자체에서 기존의 경영자들 또는 그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가진 주주의 이해관계만 반영된 것이어서 가치중립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도 불명확한 개념이어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 "특별결의요건을 어느 정도까지 가중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으나, 가중조항은 출석의결권 수의 100분의 90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70 이상을 모두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출석의결권 수의 가중비율인 3분의 2, 4분의 3 또는 5분의 4 등은 물론, 발행주식총수의 가중비율인 2분의 1 또는 3분의 2 등을 모두 현저히 초과하고 있어 그 가중비율도 지나치게 과도하고, 나아가 (2014. 3. 28.의) 정관변경결의는 피고의 정관 중 오로지 가중조항에 관하여만 그 개정을 위해서는 다시 가중조항에 따른 특별결의를 요구하고 있어 가중조항은 그 가중의 방법에 있어서도 현저히 균형을 잃어 적절하지 않다"며 "설령 초다수결의제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가중조항은 어느 모로 보나 상법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