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미공개중요정보 애널리스트에 제공도 위법"
[증권] "미공개중요정보 애널리스트에 제공도 위법"
  • 기사출고 2020.12.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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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에게 전달해 주식 매도"

기업의 IR팀 직원이 미공개중요정보를,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 애널리스트에게 제공했더라도 애널리스트가 다시 펀드매니저에게 전달해 주식 거래에 이용했다면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중요정보 제공'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월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씨제이이앤엠의 IR팀 직원인 A씨 등 3명에 대한 상고심(2017도18164)에서 이같이 판시,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광장이 A씨 등을 변호했다.

A씨 등은 2013년 10월 10일경 '2013년 3분기 실적 가마감 결과 방송부문 등 적자로 인해 회사 영업이익이 70억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정보를 취득한 후, 같은 달 15일과 16일경 국내 증권회사에서 씨제이이앤엠 기업분석을 담당하고 있던 애널리스트 4명에게 3분기 영업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그 수치도 세 자릿수(100억원) 미만이라는 취지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들 애널리스트 4명은 이후 12회에 걸쳐 이 정보를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하였고, 펀드매니저들은 이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각 자산운용사 등에서 보유하고 있던 씨제이이앤엠 주식 567,222주를 217억여원에 매도하여 52억여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하고, 286,710주를 107억여원에 공매도하여 14억여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 A씨 등 3명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제공 혐의로 기소됐다. 자본시장법 174조 1항은 상장법인의 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수범자)가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위 규정의 '타인'은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로 제한하여야 한다며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위 규정에 따른 금지행위 중 '타인에게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행위'는 타인이 미공개중요정보를 당해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려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에게 당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당해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여 위 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 이 때 타인은 반드시 수범자로부터 정보를 직접 수령한 자로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정보의 직접 수령자가 당해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위 직접 수령자를 통하여 정보전달이 이루어져 당해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위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게 하는 경우도 위 금지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경우 수범자의 정보제공행위와 정보수령자의 정보이용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수범자는 정보수령자가 당해 정보를 이용하여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며 "수범자의 위와 같은 인식은 반드시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인 정도로도 충분하며, 위와 같은 인식 여부는 제공 대상인 정보의 내용과 성격, 정보 제공의 목적과 동기, 정보제공행위 당시의 상황과 행위의 태양, 정보의 직접 수령자와 전달자 또는 이용자 사이의 관계와 이에 관한 정보제공자의 인식, 정보제공시점과 이용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 및 정보이용행위의 태양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A씨 등 3명과 이들로부터 이 사건 정보를 수령한 직접 상대방인 애널리스트들은 수범자에 해당하고, 위 수범자들로부터 정보를 수령하거나 중간에 개입된 직접 정보수령자로부터 정보를 재전달받은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들은 모두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 규정한 '타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에게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게 한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A씨 등 3명과 애널리스트 2명이 위 각 정보제공행위를 할 당시 자신의 정보제공행위로 인하여 기관투자자 등 특정 집단이 이 사건 정보를 수령하여 이를 씨제이이앤엠 주식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한다는 점을 인식하였는지에 관하여 더 심리한 후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원심 파기사유를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