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건보공단, 담배회사 3곳 상대 손배소 패소
[손배] 건보공단, 담배회사 3곳 상대 손배소 패소
  • 기사출고 2020.12.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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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손해 발생 아니고, 흡연-폐암 등 인과관계 인정 안 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인해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의 1심에서 패소했다. 폐암 등으로 숨진 흡연 환자 등에게 지급한 보험급여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건보공단에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로 볼 수 없고, 흡연과 폐암 발병 등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홍기찬 부장판사)는 11월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가합525054)에서 건보공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무법인 남산과 안선영, 임현정 변호사가 건보공단을 대리했다. KT&G는 법무법인 세종, 한국필립모리스는 김앤장,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는 법무법인 화우가 각각 대리했다.

건보공단은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3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청구액 533억원은 20년 동안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고 폐암 중 소세포암 또는 편평세포암을 진단받았거나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건보공단이 2003년경부터 2013년경까지 급여비로 지출한 금액이다.

건보공단은 먼저 "피고들이 수입 · 제조 · 판매한 담배의 결함과 피고들의 기타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환자들에게 페암 등 질병이 발생하였고, 원고는 이들에게 보험급여 533억여원을 지출하였는데,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는 위와 같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위 보험급여 비용 지출액에 상당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여 재산의 감소 또는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원고의 설립 당시부터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으로서 원고가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원고에게 어떠한 법익 침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이러한 보험급여 비용의 지출은 피고들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기보다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관계'에 따라 지출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들의 행위와 보험급여 비용 지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건보공단은 또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라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경우 그 지출비용 한도 내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취득하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 환자들이 피고들에 대하여 제조물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취득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인 이 사건 환자들이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한다는 것이 먼저 증명되어야 하는데, 피고들이 수입 · 제조 · 판매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거나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고, 기타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수입 · 제조 · 판매한 담배의 흡연과 폐암 등 질병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과관계와 관련, "흡연과 폐암 중 소세포암, 편평세포암 및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상자들(이 사건 환자 3,465명)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 정도, 발병시기, 흡연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 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에 대한 증거조사과정에서 흡연 외의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추가로 증명되어야 하나, 대상자들이 2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지고 있고 이 사건 질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실 등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위험인자인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이 이 사건 질병 사이에 연구결과 등이 시사하는 바와 같은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상자들이 흡연을 하였다는 사실과 이 사건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여 그 자체로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거나 원고가 그 입증책임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