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다단계판매원이 승급 조건으로 13억원어치 건강기능식품 구매했어도 손배청구 불가"
[손배] "다단계판매원이 승급 조건으로 13억원어치 건강기능식품 구매했어도 손배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0.11.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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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행정적 · 형사적 제재만 가능"

다단계판매원들이 다단계업체의 지역센터 위원장 등으로부터 권유를 받고 승급을 위해 13억여원어치의 건강기능식품 등을 구매했다. 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는 9월 18일 A씨 등 다단계판매업체인 B사의 다단계판매원 9명이 "13억여원을 배상하라"며 B사와, 이 회사의 대치센터 위원장 C씨, 센터장 D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나2056082)에서 "이유 없다"며 A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C, D씨 등의 권유로 2014~2016년 B사의 다단계판매원으로 가입한 A씨 등은, C씨 등으로부터 '상위 직급으로 승급하여야 더 많은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승급을 위해 거래실적 요건을 충족하고자 13억여원의 건강기능식품 등을 구매했다.

그런데 이후 C, D씨는 2018년 6월 '승급을 조건으로 A씨 등으로 하여금 1,307,390,550원 상당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게 함으로써 다단계판매원에게 등록, 자격 유지 또는 유리한 후원수당 지급기준의 적용을 조건으로 연간 5만원을 초과한 부담을 지게 하는 행위를 하여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 22조 1항에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각각 벌금 100만원이 확정되었고, A씨 등은 "C씨 등의 방문판매법 위반행위로 13억여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B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방문판매법 22조 1항, 같은 법 시행령 29조는 "다단계판매업자가 다단계판매원에게 등록, 자격 유지 또는 유리한 후원수당 지급기준의 적용을 조건으로 과다한 재화등의 구입 등 연간 5만원을 초과한 부담을 지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단계판매업자의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에 위반한 행위가 다단계판매원에 대한 어떤 주의의무에 위반한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으려면,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의 규정이 다단계판매원 개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손실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어야 하는데,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에서 다단계판매업자가 다단계판매원에게 일정 수준을 넘는 부담을 지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상품의 판매와 무관한 다단계판매원의 지위 그 자체와 관련하여 대가가 지급됨으로써 다단계판매조직이 상품의 판매가 아니라 다단계판매원의 모집으로 수익을 얻는 사행적 조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방지하려는 취지일 뿐,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단계판매원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 C, D가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에 위반하였더라도 피고 B가 시정권고, 시정조치, 영업정지, 과징금의 행정적 제재를 받거나 피고들이 형사적 제재를 받을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단계판매원인 원고들에 대하여 어떤 주의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이 말하는 '부담'은 다단계판매원의 지위와 관련하여 조건적이거나 대가적 의미를 가지면 충분하고 강제적이거나 강요, 기망에 의하여 부담이 부과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다단계판매업자와 다단계판매원 사이의 사법상 계약이 방문판매법 제22조 제1항에 위반하였다고 무효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다단계판매업자가 방문판매법 제22조 1항의 규정에 위반한 경우 다단계판매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다단계판매원으로서는 더 많은 후원수당을 지급받는 등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하여 스스로 방문판매법 시행령 제29조의 한도를 초과한 부담을 진 다음, 만약 기대와 달리 이익을 얻지 못하고 손실을 입은 경우에는 다단계판매업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러한 결과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단계판매업의 사행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해 방문판매법의 입법 목적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