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적법"
[행정]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적법"
  • 기사출고 2020.10.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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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3개월 이내 업무 미개시…'정당한 사유' 없어"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 제한을 이유로 개설 허가 후 3개월 내에 병원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영리병원은 투자를 받아 병원을 설립한 뒤 운영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병원으로, 의료법상 국내 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에 한해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현룡 부장판사)는 10월 20일 중국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5483)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을, 제주도지사는 강봉훈 변호사와 법무법인 우리가 대리했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 서귀포시 토평동에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를 진료과목으로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신청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녹지제주)에 대해 '진료대상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함(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녹지제주는 그러나 개설허가 중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의 위법성을 다투면서 이 조건의 취소 또는 개설허가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내고 허가 후 3개월 동안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하자 녹지제주가 소송을 냈다. 의료법 64조 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의료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의료업을 1년의 범위에서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를 들고 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이 위법하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하자를 이유로 무단히 그 효과를 부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러한 행정행위의 공정력은 판결의 기판력과 같은 효력은 아니지만 그 공정력의 객관적 범위에 속하는 행정행위의 하자가 취소사유에 불과한 때에는 그 처분이 취소되지 않는 한 처분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고,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 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며 "따라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는 설령 거기에 어떤 위법이 있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볼 사정이 없는 이상 공정력에 따라 그 처분 내용대로의 효력을 갖는 것인데, 개설허가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사정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원고가 개설허가에 부가된 조건 또는 개설허가 자체의 취소를 구하고 있는 관련소송도 현재 계속 중일 뿐이므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처분 당시에는 누구도 개설허가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개설허가의 구체적 위법사유에 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원고로서는 일단 개설허가에 따라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업무를 시작했어야 되고, 개설허가의 위법을 다투며 관련소송을 제기한 사정만으로 무단히 그 업무 시작을 연기하거나 거부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었다"며 "원고가 개설허가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녹지국제병원을 개원하여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원고에게 상당한 경제적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①원고는 이 사건 처분 이후 6개월이 경과하면 재차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점, ②원고는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받은 이후 관련소송을 제기하는 외에 의료기관을 운영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이 사건 처분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처분 기준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위 처분 기준이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볼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점, ④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의료기관 개설 관련 행정의 적정성 확보 등 공익상 필요가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표명한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공적 견해와 배치되는 것으로서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가 원고에게 그 주장과 같은 공적 견해를 표명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신뢰는 개설허가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부가할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 개설허가 처분 단계에서 그 신뢰의 보호가 문제되는 것이지, 원고가 개설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개설허가에 대한 취소처분을 하는 단계에서는 직접적인 고려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하지 않았다.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는 적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