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국공법학회 회장에 취임한 양 건 한양대 교수]
[새 한국공법학회 회장에 취임한 양 건 한양대 교수]
  • 기사출고 2004.07.0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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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정치적 현안의 헌법 문제화는 바람직한 현상"
양 건 한국공법학회 회장이 지난 7월1일 부산의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1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제24대 회장이다.

◇양 건 한국공법학회 회장
1956년 유진오 교수의 주도로 창립된 한국공법학회는 약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정회원만 600명에 이르는 큰 규모로 발전했다.

33집 1호째 학회지를 준비할 정도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내의 헌법 및 행정법 학자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을 만큼 권위를 자랑한다.

양 회장을 한양대 교수연구실로 찾아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사안들부터 분석해 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숭전대 교수를 거쳐 한양대 법대 학장을 두차례나 역임한 헌법학계의 중추적인 학자로, 한때 경실련 창립에 참여해 잡지 ‘경제정의’의 편집책임을 맡았으며,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많은 정치, 사회적 현안들이 헌법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탄핵도 그랬고,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그런 셈인데, 법의 지배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면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취임식에서 회원들에게 학회의 사회적 영향력의 강화를 강조했다는 그는 “공법학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해야 할 역할이 많아지는 것 같아 의욕과 함께 막중한 책무를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개별적인 사안을 떠나 정치 문제가 법의 문제로 얘기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겠지요. 문제는 논의하는 데서 만족할 게 아니라 내용 등 논의의 충실도가 깊어 졌으면 해요.”

그는 얼마전 이슈화됐던 신 행정수도 이전의 국민투표 논의를 예로 들며, “국민투표에 부치자, 말자고만 얘기가 요란했지 정작 중요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경우의 법적 효력 등 이후의 문제에 대해선 진지한 분석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의 제도화 중요"

그러면서 그는 “최근 인터넷 등이 발달하면서 국민의 의사가 집결돼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며, “헌법학적으로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 제도와의 긴장 또는 갈등의 국면으로 이해되는데, 앞으로 이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중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법학회는 실제로 조만간 이 문제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등 연구와 토론의 기회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새롭게 나타나는 양상중 하나가 직접 민주주의적인 요소이에요. 탄핵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국회에서 의결된 결과와 여론조사 등에서 표출된 국민의 의사가 서로 달라 충돌의 모습으로 나타났었지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잘 해결됐습니다만 앞으로 직접 민주주의적인 행태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 질 겁니다.”

그는 특히 “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인터넷을 통해 결집된 네티즌들이 직접 민주주의의 고전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과학 기술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며, “그러나 이같은 방식의 의사 결정은 선동정치에 취약하고, 감성적으로 흐를 염려가 있는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슈마다 헌법 내지 공법에 관련되지 않은 게 없는 듯하다.

갈수록 역할과 위상이 더욱 커지고 있는 여러 위원회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를 빼놓지 않았다.

“합의제 행정기관의 형태로 위원회가 많이 설립돼 활동하고 있는데 위원회의 구성방식부터 권한에 이르기까지 더 검토하고 많이 정비돼야 합니다. 이런 기본이 약하기 때문에 나중에 어떤 이슈가 불거져 나오면 소모적인 논쟁과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 같아요.”

"사법개혁 방향 맞지만 점진적으로 접근했으면"



양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사법개혁을 논의했던 세계화추진위원회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식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어찌나 강력하게 주장했던지 이에 소극적이었던 사람들로부터 ‘법조 5적’중 한 사람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사법개혁위원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중인 사법개혁에 대해서는 “너무 급하게 하면 결과적으로 혼란만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방법과 속도는 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특히 일본이 이미 논의를 마치고 주요 사법개혁과제를 실천에 옮기려 하는 만큼 그 결과를 봐 가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한다.

로스쿨의 도입과 관련해 그는 “전에는 나의 주장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요즈음엔 많이 찬성하고 있는데 오히려 나는 좀 점진적으로 했으면 싶다”며, “여러 전제조건의 확보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심제든 참심제든 현행 헌법상으로는 위헌이어 불가능하다”며, “처음엔 참심원들이 의견만 내고 구속력은 없는 준참심제 정도가 어떨까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