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이미 알려진 개인정보는 누설해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아니야"
[형사] "이미 알려진 개인정보는 누설해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9.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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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동대표 전번 등 단톡방에 올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장 무죄

휴대폰 전화번호 등 이미 알려진 개인정보는 누설해도 무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1부(재판장 이우철 부장판사)는 8월 27일 아파트 동대표의 주소와 휴대폰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주자대표회의의 단체채팅방에 올렸다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장 A(여 · 39)씨에 대한 항소심(2020노38)에서 이같이 판시, 유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의장인 A씨는, 2018년 11월 24일 오전 1시 10분쯤 이 아파트의 동대표인 B씨의 이름 · 주소 · 핸드폰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B씨가 작성한 '고객의 소리' 글을 자신과 B씨를 비롯한 동대표 10명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린 혐의(개인정보 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B씨는 2018년 8월 이 아파트의 브랜드 상표권자인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비공개 민원게시판 '고객의 소리'란에 아파트 운영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고, 입주자대표회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지속적으로 관리비 내역 공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A씨가 이 채팅방에 B씨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B씨에게 무슨 근거로 이 게시글을 작성한 것인지 물으며 항의하며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이다.

1심 재판부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자, A씨가 "관리비 지불 등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게시글을 시행사 측으로부터 건네 받아 게시한 것일 뿐,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먼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누설'은 아직 이를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지적하고, "또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 채팅방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는 10명의 동대표들만 참여하고 있었고, 피해자 및 피고인이 제출한 각 카카오톡 대화 내용, 참여자 내역 등에 의하면, 위 채팅방에 참여한 동대표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기 전부터 이미 피해자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입된 인터넷 공개 카페 및 엘리베이터에 공고문을 게시하며 스스로 자신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게시글의 게시 경위와 목적, 채팅방 참여자들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위 채팅방에 참여한 동대표들로 하여금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도록 제공한다는 의사로 게시글을 게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기록상 위 동대표들이 게시글에 드러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였다거나 이용하려고 한 정황 역시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