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근재보험사가 지급한 장해급여, 근로복지공단에 구상 청구 가능"
[노동] "근재보험사가 지급한 장해급여, 근로복지공단에 구상 청구 가능"
  • 기사출고 2020.09.0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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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험약관에 산재보상분 초과 부분으로 책임 한정"

회사와 근로자재해보장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가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장해급여에 해당하는 손해까지 보상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계설비공사업체인 S사의 근로자인 김 모씨는 2011년 6월 24일 오후 2시쯤 포항시 남구 괴정동에 있는 한 공장의 공사 현장에서 비계에 올라가 작업하던 중 엉켜 있는 배관자재를 풀다가 배관자재에 맞아 몸의 균형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하여 요추 압박골절의 상해를 입었다. 이 사고로 같은 해 12월까지 치료를 받은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와 요양급여로 2,300여만원을 지급받았으나, 당시 이 사고로 인한 김씨의 척추 압박률이 미약하여 장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치의의 소견에 따라 장해급여를 청구하지는 않았다. 대신 김씨는 S사를 상대로 1억 1,2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이 신체감정 결과를 근거로 노동능력 상실률을 17%로 보고, 김씨의 과실을 40% 적용한 과실상계를 거쳐 "S사는 김씨에게 5,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S사와 국내근로자재해보장 보험계약을 맺은 케이비손해보험이 판결에 따라 S사가 지급해야 할 5,800여만원에 김씨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는 장해보상일시금 14,454,000원을 더해 보험금 7,300여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한 뒤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7,300여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케이비손해보험이 S사와 맺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의하면, 케이비손해보험은 피보험자인 S사의 근로자에게 생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S사가 부담하는 손해를 보상하되, 다만 그 보상액이 의무보험에서 보상하는 금액을 초과할 때에는 그 초과액만을 보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가 대위할 보험급여의 범위는 원고가 김씨에게 지급한 보험금 중 김씨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장해급여의 범위 내로 제한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14,454,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7월 23일 "원고가 피고에게 장해급여액 상당을 구상할 수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6다271455). 법무법인 청우가 상고심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을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근로자재해보장보험(근재보험)의 약관에서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근로자에게 생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 중 의무보험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전보되는 범위(산재보상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였다면,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은 산재보상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으로 인한 손해에 한정되므로, 보험자는 산재보상분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며 "즉, 사업주가 업무상 재해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 중 산재보상분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만 근재보험의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근재보험의 보험자가 피해 근로자에게 산재보상분에 해당하는 손해까지 보상한 경우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대신 이행한 것으로서, 이런 사정을 근재보험의 보험자와 피해 근로자가 알고 있었다면 민법 제469조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급여 지급의무가 소멸하고 근재보험의 보험자는 근로복지공단에게 산재보상분 상당을 구상할 수 있다"며 "비록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는 산재보험급여 지급의무는 민법상 손해배상채무와 그 취지나 목적이 다르지만, 관련 민법 규정이 정하는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 근재보험 보험자의 보상을 유효한 변제로 보아 근로복지공단이 피해 근로자에 대하여 산재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면하고 대신 근재보험 보험자에 대하여 구상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관련 민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김씨가 입은 손해에 관하여 지급한 금액 중 장해급여에 해당하는 14,454,000원은 원래 피고에게 지급의무가 있던 것이고, 이러한 사정은 관련 민사소송의 변론과정에서 이루어진 신체감정결과로 알려진 것으로, 원고는 김씨의 손해액을 모두 지급할 때에 그 중 장해급여 상당액은 피고를 대신하여 변제할 의사로 지급한 것이고 김씨도 신체감정결과를 통하여 피고에게 장해급여 지급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손해액을 수령하였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가 자신에게 지급의무가 없음에도 김씨에게 위 14,454,000원을 지급함에 따라 민법 제469조에 의하여 피고의 동액 상당의 장해급여 지급의무는 소멸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이를 구상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