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의료법인 통해 요양병원 개설 · 운영했어도 비의료인이 실질적 운영했다면 사무장병원"
[의료] "의료법인 통해 요양병원 개설 · 운영했어도 비의료인이 실질적 운영했다면 사무장병원"
  • 기사출고 2020.09.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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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1심 깨고 의료법 위반 등 유죄…상고심 판단 주목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그 목적사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한 경우 어떠한 기준에 따라 이를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가 없고, 하급심(고등법원) 판결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하여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을 주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의료법인이 적법하게 설립되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주무관청의 관리 · 감독을 받으면서 운영되어 왔다면, 이를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다만, 비의료인의 그러한 행위가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비의료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거나 그것이 의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된 경우라면 달리 볼 수 있다는 입장에서, 의료법인의 형해화(재무건전성 포함)와 관련 법규 준수 등 여부에 주목하는 견해(서울고법 2018노472 판결 등)와 종래 의사 개인의 명의를 빌린 사무장병원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 · 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삼아 동일하게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서울고법 2018노1580 판결 등)로 나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의료법인을 통해 병원을 개설했다고 하더라도 비의료인이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면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부 오현규 부장판사)는 8월 19일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요양병원을 개설 · 운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55억여원의 요양급여비와 의료급여비를 받아 챙겼다가 의료법 위반과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아들)씨와 A씨의 아버지 B씨에 대한 항소심(2019노415)에서 의료법 위반과 특경가법 사기 혐의 모두 유죄라고 판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에서 의료법인에 의해 개설된 병원이 사무장병원인지 여부의 판단기준을 상세히 제시했다.

부자지간인 A와 B씨는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순차로 이사장이 되어 2010년 10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요양병원을 개설 · 운영하면서(의료법 위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92회에 걸쳐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22,449,865,430원 상당을 지급받고, 같은 기간 동안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지급권한을 위탁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93회에 걸쳐 의료급여비 명목으로 3,084,549,480원 상당을 지급받아 편취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기소됐다.

의료법 33조 2항에서는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이나, 의료법인 기타 비영리법인 등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비의료인인 피고인들이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그 목적사업으로 요양병원을 개설 · 운영한 것이 의료법 위반이냐 아니냐가 문제된 경우다. 부산고법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의료인 개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형식적으로 내세우고 실제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함으로써 그 수익을 누리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어 왔고, 그러한 행위를 한 비의료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고발로 처벌되는 사례가 빈발하여 왔는데,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개설해 요양병원을 운영한 이 사건은 생협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한 사례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적발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1심을 맡은 부산지법 재판부는 ▲의료법인이 설립 당시 법령상 요구되는 요건과 절차를 지킨 것으로 보이는 점 ▲이사회 운영이 정관에 따른 소집절차 준수, 실질적인 토론에 따른 이사회 진행, 이사회회의록 작성 등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요양병원의 운영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의료인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개입하지 않았고, 병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실체가 없는 의료법인의 외관만을 작출한 후 병원을 사실상 개인적으로 운영하여 그 운영이익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의료법 위반과 특경가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의료법인으로부터 다소 많은 급여 등을 지급받았으나, 피고인들에게 지급된 돈이 '급여'인 이상 그 금액이 다소 많다고 하여 이를 곧바로 병원 운영수익을 피고인들에게 배당하였다거나 출연재산을 반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 A의 처가 특별한 업무도 없이 의료법인으로부터 2016. 5.경부터 2018. 7.경까지 월급 600만원가량씩을 받았으나 이에 대한 횡령 혐의는 검찰에서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이 설립한 의료법인이 개설한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먼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 본문에 위반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법리는 법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가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비의료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비의료인에 대한 의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된 경우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의료법인의 설립과 의료기관의 개설 과정,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 절차를 밟지 않고 전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등으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자기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는지, 법인이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없거나 비의료인의 담보물권 등 설정으로 법인의 자본이 부실해졌는지, 의료기관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였는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에 대한 투자의 대가로서 그 수익을 분배받았는지, 비의료인과 의료법인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의료기관의 규모 및 직원의 수는 어떠한지 등의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어느 한 측면이 결여되어 있다면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될 여지가 한층 더 커진다고 할 것이지만, 반대로 어느 한 측면이 충족된다고 하여 사무장병원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 "㉮의료법인 임원진의 구성과 활동이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이사장 등인 피고인들이 결정하고 이사회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함에 있어서 병원 업무 전반에 대하여 전권을 가지고 의사결정과 집행행위를 주도하였던 점,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이 급여 또는 기타의 방식으로 향유한 경제적 이익이 너무 커서 피고인 B가 의료법인의 설립 과정에서 출연한 재산에 대한 대가로 병원 운영 수익을 분배받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점, ㉱의료법인의 재정 및 회계처리가 피고인 B의 개인재산과 혼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병원은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된다"며 "피고인들은 형식적으로 의료법인을 개설하는 것처럼 외관을 가장한 뒤 실질적으로는 사익을 위하여 자신들의 개인 의료기관을 운영할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하여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B는 또 이 사건 의료법인을 설립하기 전에도 생협을 설립해 의원과 한의원을 운영하다가 의료법 위반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등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이 사건 요양병원은 이전의 생협이 운영하던 의원의 소속 의료진과 영업재산 등을 승계하여 개설한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