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OTA
[리걸타임즈 칼럼]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OTA
  • 기사출고 2020.09.07 08: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원래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인 기계 산업으로 대표되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고성능 엔진을 기반으로 하여 매년 외관 및 기능을 일부 수정하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버전을 공개하고 R&D 성과를 모아 차세대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발표하곤 하였다. 그런 자동차가 정보화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면서 하드웨어 기반에서 소프트웨어 방향으로의 급격한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에 무선통신시스템이 연동된 커넥티드카가 상용화되면서 자동차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고, 실시간 무선통신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서비스, 온라인 교통정보, 날씨, 여행 정보, 충전소 정보 등의 안내, 주차 차량 위치 확인, 원격 차량 신호 및 시동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기계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무선통신은 단순히 보조적인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의 주행과 성능에 영향을 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나아가고 있다. 혹자는 앞으로의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산업으로 대변되지 않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자동차가 기계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에 대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ver The Air" service, 이하 줄여서 "OTA"라고 한다) 임시허가 승인을 환영한다.

◇송준훈 변호사
◇송준훈 변호사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 6. 25. "20년도 제2차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규제 샌드박스 지원으로 현대자동차㈜가 신청한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에 대한 임시허가 승인을 의결하였다. 흔히들 OTA라고 부르는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는 차량에 부착된 무선통신시스템을 통하여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아서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 OTA에 임시허가

자동차의 특성상 전자제어장치는 주행 및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정비작업으로 보아,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등록된 정비사업장에서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심의위원회에서 정비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무선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임시허가하였다. 이로써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기 위하여 힘들게 시간을 비워 정비소를 방문하여야 했던 고객의 불편을 덜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편리하게 무선통신으로 직접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에서 임시허가 기간 동안 전자제어장치에 대한 OTA 업데이트를 정비업 작업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 정비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령정비에 따라 다른 제작사들도 모두 OTA를 통한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소비자들이 수시로 편리하게 최신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를 받아서 실시간으로 향상된 수준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보장하는 차량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을 모두 제치고 세계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오른 테슬라는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OT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OTA를 통해 테슬라는 기존의 문제를 보완하고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면서 차량의 상품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컨슈머리포트가 2018년 5월 테슬라 모델3를 테스트한 결과 96.5km/h에서의 제동거리가 46.3m에 달하여 일반적인 럭셔리 콤팩트 세단의 평균치인 39.9m에 비해 6.4m나 열악하고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 발표 직후 테슬라는 OTA 업데이트를 통한 개선을 공언하였는데 컨슈머리포트의 재시험 결과 제동거리가 바로 6m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OTA만으로 순식간에 제동거리가 줄어든 것이다.

테슬라는 2019년 11월 OTA로 모델3의 출력을 5% 증가시키는 업데이트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2019년 12월에는 가속 부스트라고 하여 제로백(시속 0km에서 시속 100Km까지의 시간)을 4.4초에서 3.9초로 0.5초 단축하는 OTA 업그레이드를 미화 2,000달러에 판매하였다. 정비소에 가지 않고 차고지에서 OTA만으로 제동능력, 출력 및 가속성능까지 업데이트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아가 3세대 오토파일럿 기능의 FSD(Full Self-driving)를 구독 서비스로 제공할 것이라는 소식을 보면 자동차가 정말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길로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전기 · 전자장치는 튜닝 승인 대상 아니야

전자제어장치에 대한 OTA 서비스의 기본 대전제는 자동차관리법상 안전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OTA가 차량의 성능 및 주행과 관련된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기존 법령상의 하드웨어적인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하게 된다. 참고로 자동차관리법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대하여 튜닝을 하려는 경우에는 시장 · 군수 · 구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동기 및 제동장치 등과 달리 전기 · 전자장치는 튜닝 승인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즉, 현행 규제로는 원동기의 하드웨어 조작없이 OTA를 통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출력이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되는 것은 승인을 요하는 튜닝에서 제외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자동차의 제동능력도 소프트웨어로 바로 변경될 수 있다. OTA 업데이트로 자동차 안전기준 중 자율주행시스템의 운행가능영역 등 시스템의 작동한계 역시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출력, 가속성능, 제동능력의 변화는 전기자동차가 인증을 받을 당시의 1회 충전 주행거리(이는 환경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인증사항이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자동차의 주행 및 성능의 변화는 과거 하드웨어 규제에서는 튜닝승인, 변경인증, 변경보고 등의 사항이었겠지만, OTA를 통한 서비스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OTA 업데이트를 둘러싼 기존의 하드웨어 규제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의 관리 필요성이 향후 자율주행자동차의 고도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두될 것이다. OTA의 장점은 분명하다. 실시간 업데이트를 통한 서비스의 확장성, 고객의 편의성, 기존 시스템의 보완과 새로운 기능을 통한 자동차의 최신 사양 유지, 소프트웨어를 통한 무상수리 또는 리콜조치의 높은 이행률 달성 가능성까지. OTA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반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동차 관련 규제에서도 기존의 하드웨어 규제관점의 틀을 깨고 확장성을 지닌 소프트웨어 관리의 법체계가 필요하다. OTA 업데이트로 인하여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하여 일반 소비자에게 충분하게 구체적으로 안내가 이루어진다면, 승인을 요하지 아니하는 사후적인 보고 등으로 유연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혹시라도 자동차 안전기준 등과 관련한 결함이 발생하였거나 의심되는 경우에는 사후관리의 일환으로 조사를 통하여 밝혀내어 처분을 하고 고객 통지가 적정하게 되었는지 등을 살펴보면 될 것이지, 부가적으로 사전 승인 등의 제도를 통해 규제의 장벽을 세워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번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의 무선 업데이트 임시허가에 기대어 자동차 관련 법령에 유연한 소프트웨어 관리의 법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송준훈 변호사(법무법인 창천, jhsong@lawc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