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위헌"
[헌법]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위헌"
  • 기사출고 2020.09.0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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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8월 28일 의료기기와 관련하여 심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한 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2017헌가35, 2019헌가23)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의료기기판매업을 하는 A사는, A사가 판매하는 의료기기에 관하여 블로그에 광고를 했다가 전주시로부터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함으로써 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7년 1월 의료기기판매업무정지 3일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사는 업무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내 소송계속 중 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와 행정제재 조항인 같은 법 36조 1항 14호 중 '24조 2항 6호를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전주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한 모씨는 또 '2017년 5월부터 2018년 8월 10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B사 홈페이지에 의료기기인 의료용 고주파 온열기에 대하여 관할관청의 심의를 받지 아니한 내용의 광고물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의료기기를 광고하였다'는 혐의로, B사는 '그 대표자인 한씨가 B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로 각 약식기소되어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각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한씨와 B사가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소송계속 중 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와 형벌 조항인 같은 법 52조 1항 1호 중 '24조 2항 6호를 위반한 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 서울남부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 제도가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헌재는 "현행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되는데,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업광고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됨과 동시에 같은 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전제하고,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 ·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하고, 광고의 심의기관이 행정기관인지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민간심의기구가 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이 개입하여 심의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행정기관의 자의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개입 가능성의 존재 자체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장으로부터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나,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의 주체는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고, 식약처장은 법상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지적하고,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 · 방법 및 절차를 식약처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식약처장은 심의기준 등의 개정을 통해 언제든지 심의기준 등을 변경함으로써 심의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심의 내용 및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실제로 식약처장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을 정하면서 심의의 기준이 되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점, 심의기관의 장은 매 심의결과를 식약처장에게 문서로 보고하여야 하는 점, 식약처장은 심의결과가 위 심의기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심의기관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심의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의를 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업무 처리에 있어 행정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따라서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와  36조 1항 14호,  52조 1항 1호 중 해당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이에 대해,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위 심의업무와 관련하여 식약처장 등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로서 그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합헌 반대의견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