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택시협동조합 발기인의 '조합 자금 횡령' 유죄 판결문 조합원들에 배포…명예훼손 무죄
[형사] 택시협동조합 발기인의 '조합 자금 횡령' 유죄 판결문 조합원들에 배포…명예훼손 무죄
  • 기사출고 2020.08.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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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위법성 조각

택시협동조합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조합 발기인이자 금융 제공자의 유죄 판결문 사본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것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만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8월 13일 횡령 사건의 유죄 판결문 사본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한 택시협동조합의 전 조합원 송 모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3404)에서 명예훼손 유죄를 인정해 다른 혐의와 함께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명예훼손은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13404).

송씨는 2017년 9월 5일 오전 10시 40분쯤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한 식당 출입구에서 이 식당에서 열리는 조합의 임시총회에 참석하는 조합원 60여명에게 "이거 보아라, A씨가 B 사장이랑 같이 회사 돈을 다 해먹었다"고 말하면서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이 선고된 A씨에 대한 전주지법의 6매 분량의 판결문 사본을 배포하여, A씨에 대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고 B씨에 대하여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이 조합의 발기인이자 금융자문 제공자로 조합의 자금 20억원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16년 7월부터 11월까지 35회에 걸쳐 11억 4900여만원을 개인 거래처 대금, 생활비 등으로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어 2017년 8월 전주지법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으며,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조합 이사장인 B씨는 A씨의 업무상횡령 범행에 가담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모두 명예훼손 유죄를 인정하자 송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송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보기 어렵다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과 횡령 사건 판결서 배포를 통해 피해자 A에 대해 적시한 사실 중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 A가 조합의 재산을 횡령하여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된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발언과 횡령 사건 판결서 배포를 통해 피해자 A에 대해 적시한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고, 설령 진실인지 여부가 다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피고인은 조합원들로 하여금 횡령 사건 판결서를 읽어보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 발언을 하였고, 횡령 사건 판결서에도 피해자 A가 횡령 피해액을 반환하였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발언에 '다 해먹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하여 그를 통해 피해자 A가 조합 재산 '전부'를 횡령하였다거나 횡령 피해액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이 적용되는 '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들의 출자금(1좌당 2,000만 원)으로 운영되고, 조합원은 그 출자액을 한도로 책임을 부담하며, 조합을 탈퇴하는 경우 조합에 그 지분의 환급을 요청할 수 있어 조합의 재산관리 방식이나 재무상태는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라며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표현행위의 상대방인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적시한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A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10조에 따라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B씨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하여도, "피해자 B는 조합의 총회나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T교통에 자산 양도 · 양수계약에 따른 자산양수 대금 14억원 외에 6억원을 추가로 지급하였는데,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B의 조합 재산 관리자로서의 임무 위배가 인정될 여지가 있고,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하여 검사의 혐의없음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 혐의 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서 이를 인정할 추가적인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피고인이 발언을 통해 피해자 B에 대해 적시한 사실(피해자 B가 A의 횡령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이 허위이고, 나아가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