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상대방이 알 수 있었다면 대표 개인채무 변제 위한 회사 명의 공정증서 무효"
[민사] "상대방이 알 수 있었다면 대표 개인채무 변제 위한 회사 명의 공정증서 무효"
  • 기사출고 2020.07.19 11: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상대방 요구로 공정증서 작성…이사회 회의록 미확인"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신의 개인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 명의로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다. 법원은 상대방이 이러한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연예매니지먼트업, 컨설팅업 등을 하는 A사의 대표이사인 B씨는 2013년 11월경 회사 사내이사를 통해 C씨 등 5명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빌렸으나 이를 갚지 못해 상환 독촉을 받게 되자, 2016년 5월 24일 C씨 등과 대여금 30억원, 채권자 C씨 등 5명, 채무자 A사, 연대보증인 B로 정하여 A사의 강제집행인낙의 의사가 표시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공증인가 법무법인에서 작성했다. B씨는 이 공정증서를 작성하면서 A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B씨가 결국 빚을 갚지 못하자 C씨 등은 2017년 9월 이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A사 소유의 유체동산을 압류했다. 이에 A사는 "B씨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 명의의 공정증서를 임의로 작성한 행위는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하고, C씨 등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무효"라며 C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사는 또 B씨가 자신의 채무변제 명목으로 직접 또는 A사의 경리직원을 통해 A사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에서 C씨 명의의 농협은행 또는 신한은행 계좌로 송금한 375,293,500원의 반환도 요구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3다34045)을 인용,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령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고 전제하고, "B가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원고의 이사회 결의 없이 원고 명의의 공정증서를 작성한 행위는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들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할 것이므로, 이 공정증서의 작성원인이 된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B는 공정증서를 작성하기 전인 2016. 4. 24. 원고의 사내이사와 피고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투자자들이 원고가 아닌 사내이사를 통해 B 개인에게 돈을 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고가 보유한 돈으로 투자금을 변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으나 피고들의 요구에 따라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되었고, 피고들이 그 과정에서 원고의 이사회 회의록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피고들은 공정증서 작성 당시 B가 원고의 이사회 결의 없이 원고를 채무자로 기재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한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B가 작성한 공정증서에 의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기한 원금 30억원과 이에 대한 이자 기타 일체의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B가 원고의 기업은행 계좌에서 C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다는 수수료 포함 375,293,500원 중 송금 사실이 인정되는 269,288,500원을 피고들이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하라"고 명했다.

피고들은 재판부의 공정증서 무효 판단과 관련, "B씨가 개인적으로 부담하게 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원고를 설립하였으므로 원고는 법인격 부인 이론의 역적용에 의하여 피고들에게 공정증서에서 정한 차용금채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B의 채무에 대한 이행을 구하기 위해서는 B가 원고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B가 실질적으로 원고의 대부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B가 별개의 법인격임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가 그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원고를 설립하는 등 법인제도를 남용하였다거나 자신의 재산과 원고의 재산을 구분하지 않고 원고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는 2014년 11월 설립되었고, B씨가 50%의 지분을 보유했다.

C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민사7부(재판장 김종호 부장판사)는 5월 13일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다"며 C씨의 항소를 기각했다(2019나2041769). 법무법인 이헌이 1심부터 A사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