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교통사고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보험금 줘야"
[보험] "교통사고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보험금 줘야"
  • 기사출고 2020.07.0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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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교통사고와 인과관계 있어…고의 안 보여"

A씨는 2018년 6월 25일 낮 12시 30분쯤 마티즈 차량을 운전하여 경남 양산의 명복 다리 위를 진행하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강바닥으로  10m 정도 추락, 골절상 등을 입고, 약 40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 후 통원치료를 받던 중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생긴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인 2018년 9월 14일 오후 2시 30분쯤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에 A씨의 상속인들이 B보험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A씨는 2015년 9월 B보험사에 보험을 들었으며, 보험약관에는 주요담보내용 중 상해사망과 관련,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사고로 사망한 경우 가입금액(보험가입금액 180,000,000원)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울산지법 진현지 판사는 6월 3일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6,000만원씩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19가단105718). 진 판사가 지급을 인정한 전체 보험금액은 1억 8,000만원이다. 진 판사는 "A씨는 보험사고 발생 당일 강한 자살 충동에 사로잡혀 이를 견디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교통사고와 자살로 인한 A씨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A씨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는 A씨가 든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피고는 A씨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 보험사는 이와 관련, "A씨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A씨가 스스로 목을 맨 고의 사고에 기인한 것인바, 이 사건 보험사고는 보험계약 약관이 정한 '피보험자의 고의'에 기인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면책되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 판사는 그러나 "원고들이 주장하고 있는 보험사고(사망의 결과) 발생의 직접적 원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의미할 뿐 'A씨의 자살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교통사고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원칙적으로 피고는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진 판사는 또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그 자살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에 의하더라도, '피보험자의 고의'의 경우에도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피고는 위 면책사유를 근거로 면책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보험사고의 원인에 해당하는 이 사건 교통사고에 보험계약이 정하고 있는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가 존재한다고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 A씨가 자살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보험금지급의무가 면책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