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일부 시설 해체된 기계 담보로 8.5억원 대출 지점장에 정직 6월 · 변상금 부과 적법"
[금융] "일부 시설 해체된 기계 담보로 8.5억원 대출 지점장에 정직 6월 · 변상금 부과 적법"
  • 기사출고 2020.07.03 07: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우리은행 지점장에 패소 판결

일부가 분해된 상태로 가동되지 않는 기계를 담보로 시설자금을 대출하는 등 부실 대출을 한 은행 지점장에 대한 정직 6월의 처분과 변상금 부과는 적법 ·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4년 12월부터 우리은행에서 서울지역의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6월 중소기업인 H사가 신청한 20억원의 대출이 채권보전 미흡 등의 사유로 본부심사 과정에서 어려워지자 지점장 전결로, 일부가 해체되어 설치되지 못하고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는 기계를 담보로 8억 5,000만원을 대출해 주고, 4개월 후인 10월 5,000만원을 추가로 대출하여 부실 대출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직 6월과 3억 4,800만원의 변상금이 부과되자 우리은행을 상대로 "정직 6월의 징계처분은 무효이고, 변상금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차주의 자기자금 결제 미확인, 동산담보 관리 부실 등을 인정, A씨에 대한 정직 처분은 적법 ·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A씨에게 1억 3,000여만원의 변상금채무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H사는 35억원 상당의 기계를 구입하기 위한 시설자금대출을 요청한 것이며, A씨는 대출 과정에서 H사로부터 기계대금 전액을 어음 및 현금으로 완납하였다는 간이영수증을 교부받고 H사 명의의 계좌로 대출금을 입금하였으나, H사는 대출 당시 기계대금을 전액 납부하지 않은 상태였고, 대출 실행 이후 비로소 매도인에게 기계대금 중 7억원을 지급했다. A씨는 또 H사에 대한 대출 이후 2016년 7월~8월경 담보목적물인 기계가 정상적으로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H사의 공장에 방문하였는데, A씨 본인이 직접 가겠다고 하여 여신담당팀원을 동반하지 않았고, 공장에 방문하였을 때 위 기계에 대하여 담보물표식을 부착하고 사진을 촬영하여 동산담보용 관리대장에 합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계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부 기계가 설치되지 아니한 채 분해된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고, 그러한 상태가 단시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워 기계의 담보가치가 감소할 개연성이 있었으며, 원고는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여신업무매뉴얼을 위반하여 실질적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담보로 하는 추가대출을 실행하였으므로, 피고의 징계지침이 정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기계는 H사가 '생산활동에 사용하기 위하여 구입한' 기계이어서 정식담보에 해당하며기계에 관하여 유효한 근담보권설정등기까지 마쳤으므로, 설치 · 가동 여부와 무관하게 기계는 정식담보로 취득된 것이어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징계사유는 이 사건 기계의 정식담보 대상성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정상적으로 설치 · 가동되고 있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담보가치가 확보되었다고 할 수 없음에도 원고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를 묵비한 채 추가대출까지 실행한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위 징계사유에 기재된 '정식담보 미취득'의 의미는 실질적인 담보가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담보를 취득하였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기계의 미설치 · 미가동으로 실질적인 담보가치가 인정되지 아니할 개연성이 있었고, 이러한 사정을 원고가 모두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를 담보로 추가대출까지 실행하였다는 점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정식담보 미취득'을 전제로 하는 징계사유는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6월 11일 "원고가 H사에 8억 5,000만원을 대출하여 주면서 미설치 · 미가동으로 실질적인 담보가치가 인정되지 아니할 개연성이 있는 기계를 담보로 취득하였고,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를 담보로 추가대출까지 실행한 것은 '정식담보 미취득'을 전제로 하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 정직 처분은 적법 · 유효하다고 판결(2020다209655)했다. 법무법인 지평이 항소심부터 우리은행을 대리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인용해 "원고에게는 피고의 징계지침에서 정하는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각 징계사유는 징계지침 제4조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위법 · 부당한 행위를 행하여 은행 또는 고객에게 중대한 손실을 초래하거나 신용질서를 크게 문란하게 한 경우에 해당되나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거나 위법 · 부당행위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로서 정직처분의 사유에 해당하며, (원고에 대한) 6개월의 정직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피고가 그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변상금 부과도 유효하다고 보았으나, 다만 원심의 변상금 계산에 잘못이 있으므로 변상금 액수만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