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본인에 대한 응급의료행위 방해도 응급의료법 위반"
[의료] "본인에 대한 응급의료행위 방해도 응급의료법 위반"
  • 기사출고 2020.06.2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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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응급실 내원해 소란 피우며 진료 거부한 환자에 벌금 500만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소란을 피우며 자신에 대한 진료를 거부했다. 응급의료법 위반일까. 법원은 환자 자신도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중국 국적의 최 모씨는 2018년 10월 8일 오전 6시 40분쯤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한 병원의 응급실에 치질 진료를 위해 술에 취한 상태로 방문하여 진료를 받던 중, 같은 날 오전 7시 10분쯤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근무하던 간호사들에게 "XX, 진료를 거부하겠다"고 큰소리로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간호사 신 모씨를 손으로 밀치는 등 오전 8시 10분쯤까지 1시간 동안 소란을 피워, 위력으로 응급의료종사자인 신씨 등의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12조는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 · 이송 · 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 · 기재 · 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 · 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60조 2항 1호). 

1심은 최씨의 행위가 응급의료행위 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최씨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간호사 신씨 등의 나에 대한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하였다는 의미가 명백한데,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자신에 대한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최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응급의료법의 입법목적은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데에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응급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명권 등의 보장을 위한 불가피 상황에서는 자기결정권이 일부 제약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 응급의료법 12조는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를 '누구든지'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응급환자 본인이 제외된다고 해석할 근거는 없는 점, 응급의료법 12조는 환자의 기본권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진료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인데, 의료인의 진료권은 치료를 받는 환자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있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응급환자 본인도 자신에 대한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응급환자가 자신에 대한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에도 응급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와 내용, 그 지속 시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본인에 대한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6월 4일 "원심의 판단에 응급의료법 12조에서 정한 응급의료 방해의 주체, 응급환자, 응급의료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최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2482).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