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무장병원 병원장에 요양급여 전액 징수 위법"
[의료] "사무장병원 병원장에 요양급여 전액 징수 위법"
  • 기사출고 2020.06.11 17: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 정도 등 고려해야"

'사무장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것은 부당하나,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병원장에게 요양급여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무장병원에 명의를 제공했을 뿐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도 않는 점 등을 감안해 전부 징수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오씨는 2005년 5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서울 동작구에 있는, 비의료인이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병원에 고용되어 개설명의자이자 병원장으로 근무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법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이 기간 동안 이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51억여원을 모두 징수하는 처분을 내리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이 징수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국민건강보험법 57조 1항은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씨는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대부분은 이 사건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병원에서 유사한 치료를 받았을 것이고 이 경우 피고는 이 사건 요양급여비용과 같은 정도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인 점, 병원의 운영 수익은 병원 투자자들에게 귀속되었으며, (자신은 고용된 기간 동안)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 액수의 5%에 불과한 2억 5,000만원 상당의 급여를 수령하였을 뿐인 점, 51억여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으로 인하여 개인파산에 이르게 되는 점을 종합하면, 요양급여비용 징수처분은 재량권 ·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오씨의 청구를 기각하자 오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그러나 6월 4일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한 것은 재량권 일탈 · 남용"이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5두39996). 법무법인 태평양이 상고심에서 오씨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의료기관 개설자격은 의사 등으로 한정되고, 의료기관의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고 전제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지만, 이러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요양기관으로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한 이상 구 국민건강보험법 52조 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 처분의 상대방인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구 국민건강보험법 52조 1항(현행법 57조 1항)은 '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여 그 문언상 일부 징수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고,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개설자에게 자신의 명의를 제공할 뿐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그에게 고용되어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을 뿐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 점을 반영하여 구 의료법은 30조 2항 위반행위의 주체인 비의료인 개설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반면, 의료인인 개설명의인은 69조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로서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 · 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심리하지 않은 채, 개설명의인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한 처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