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 매수인에게 가등기 마쳐주었어도 중도금 받은 후 이중매매는 배임죄"
[부동산] "부동산 매수인에게 가등기 마쳐주었어도 중도금 받은 후 이중매매는 배임죄"
  • 기사출고 2020.06.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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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가등기는 물권변동 효력 없어…소유권 이전 의무에서 못 벗어나"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주었더라도 중도금을 받은 후 다른 사람에게 해당 부동산을 다시 팔아 소유권을 넘기면 배임죄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송 모씨는 2015년 9월 18일 자신 소유의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대지 497㎡를 T사에 52억원에 양도하되 10억원(계약금 4억원, 중도금 2억원, 잔금 4억원)은 실제 지급하고, 나머지 42억원은 이 토지에 설정된 S새마을금고 명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을 체결한 후 2016년 3월경까지 T사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중 일부로 825,225,110원을 받았다. 송씨는 이에 앞서 2015년 10월 T사로부터 계약금 4억원 중 약 3억 2,100만원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이 토지에 관하여  T사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주었다. 송씨는 그러나 2016년 2월 25일경 T사에게 '2015. 10. 15.경 피고인(송씨)의 채무 116,213,410원, S새마을금고 이자 5,000만원, 강 모씨 소유 토지에 대한 매입금 3,600만원을 지급하였을 뿐 그 후 4개월이 지나도록 S새마을금고에 대한 이자지급의무 등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으므로 T사의 계약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한 후 2016년 3월 31일 이 모씨에게 이문동 대지 497㎡를 다시 매도하고 이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송씨는 재판에서 "제2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T사는 이 토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경료한 상태였기 때문에 손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송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2015. 10. 29.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4억원 중 약 3억 2,100만원만 지급받은 상태에서 피해 회사 명의로 가등기를 마쳐줌으로써 피고인의 이중매매에도 불구하고 피해 회사가 피고인의 아무런 협력 없이도 가등기의 순위보전 효력에 의해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준 이상,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신임관계가 양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 · 본질적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설령 피해 회사가 이후 중도금까지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 대하여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5월 14일 송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송씨의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는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16228).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 · 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고,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는 가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향후 매수인에게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준 것일 뿐 그 자체로 물권변동의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매도인으로서는 소유권을 이전하여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가등기로 인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 · 관리할 신임관계의 전형적 · 본질적 내용이 변경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게 가등기를 마쳐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 회사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중 일부까지 지급받은 이상 매수인인 피해 회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야 할 신임관계에 있고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송씨의 배임 혐의는 유죄라는 것이다.

이 사건의 민사 분쟁에서 제2 매수인 이씨가 본소로 T사에 대하여 가등기의 말소를 구하였으나 패소하였고, 오히려 2017년 11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T사의 반소로 송씨에 대한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가 받아들여졌다. 그 후 이씨와 송씨는 2018년 5월 16일 T사와 사이에 10억원을 지급하는 대신, T사가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T사와 약정하였고, 이에 따라 같은날 T사가 가등기를 말소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