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노무] "아버지가 부탁해 금감원 공채에 합격했어도 징계면직 불가, 채용 취소는 가능"
[인사노무] "아버지가 부탁해 금감원 공채에 합격했어도 징계면직 불가, 채용 취소는 가능"
  • 기사출고 2020.05.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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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이익 귀속된다고 다른 사람 비위로 징계 불가"

아버지의 부탁으로 채용예정인원 조정을 통해 금융감독원 공채에 합격했더라도 아들인 당사자가 이에 관여하지 않은 이상 징계 면직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다만 해당 응시자의 합격은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 금감원이 착오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았다.   

금융감독원의 '2016년 5급 일반직 채용 공채' 중 경제학 분야에 응시한 A씨는 2015년 10월 24일경 필기시험을 마쳤다.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A씨의 아버지는 금감원의 수석부원장과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한 한 금융지주사 회장 B씨에게 A씨가 금감원에 지원한 사실을 알렸고, B씨는 금감원 총무국장 C씨에게 전화를 걸어 A씨의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물었다. C씨는 2015년 11월 3일경 총무과 인사팀 실무자에게 A씨의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문의하였는데, A씨가 경제학 분야 필기시험 결과 23등으로 필기전형계획에서 정한 경제학 분야 합격예정인원인 22명(채용예정인원 11명×2배) 안에 들지 못하여 불합격하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C씨는 2015년 11월 6일경 5급 채용예정인원을 필기전형계획에서 정한 53명에서 56명으로 3명을 증원하고 그 중 1명을 A씨가 응시한 경제학 분야에 배정하여 A씨를 필기전형 합격자에 포함시켰고, A씨는 1 ·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금감원이 2018년 7월 징계절차를 거쳐 'A씨는 금감원의 채용 담당 직원인 C씨가 채용예정인원을 부당하게 변경함으로써 부정합격하였다. 이는 인사관리규정 41조 1항 1호 · 3호 · 4호에 따른 징계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면직처분을 내리자 A씨가 "C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고, 설령 C가 어떠한 부정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자신은 어떠한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으므로 면직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2019나2029554). 금감원의 인사관리규정 41조 1항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부정한 행위를 한 자', 3호에서 '취업규칙 또는 서약서에 위반한 자', 4호에서 '원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감독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들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38부(재판장 박영재 부장판사)는 3월 31일 1심을 취소, "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하고, "A씨가 임금 지급을 구하는 2018. 8. 1.부터 (금감원의 근로계약 취소로 인한) 근로계약 종료일인 2019년 1월 24일까지의 미지급 임금 24,483,300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명했다. 법무법인 정률이 원고를, 금감원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복직일까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추가했다.

재판부는 먼저 "(금감원의) 인사관리규정 41조 1항은 부정행위, 명예훼손행위 등의 '행위를 한 자'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문언은 객관적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행위자'를 징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비록 피고의 직원 C가 원고를 합격시키기 위하여 채용예정인원 및 필기전형 합격인원을 변경하는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러한 부정행위로 원고가 채용시험에 합격하는 이익을 취득한 사실, 원고의 아버지가 금융지주사 회장 B에게 원고가 피고에 지원한 사실을 알린 후에 C가 위 부정행위로 나아간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아버지가 B에게 지원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조차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위 인정사실 및 그 밖에 피고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원고 자신이 부정행위, 서약서 위반행위, 피고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면직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인사관리규정 41조 1항 각 호에서 정한 징계사유는 해당 근로자가 부정행위 등의 비위행위를 직접 하거나 이를 교사 · 방조하는 등 해당 근로자 자신이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엄격하게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만약 이와 달리 해당 근로자 자신이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음에도, 다른 사람의 비위행위로 인한 이익이 해당 근로자에게 귀속되었다는 결과를 들어,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취소 내지 부당이득 반환 등 민법상 조치를 통하여 취득한 이익을 박탈하는 것을 넘어 질서벌로서의 제재인 징계처분까지 가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정당한 이유가 없어 근로기준법 27조에 위배되거나 사회통념상 징계사유로서의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C가 2015. 11. 6.경 원고의 합격을 위하여 채용예정인원 및 필기전형 합격인원을 증원시키는 내용의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 필기전형 합격자 결정'을 주도 · 추진한 것은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C를 제외한 1, 2차 면접위원들과 피고의 전결권자인 수석부원장은 위와 같은 부정행위로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음을 알지 못한 채 원고가 정당하게 필기전형을 합격하였다고 착오에 빠져 원고를 최종합격자로 결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나아가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피고가 원고를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이는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여 피고는 위 착오를 이유로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 소송의 진행 중, 2019년 1월 23일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A씨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 준비서면은 다음날인 24일 A씨에게 도달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 ·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2019. 1. 24. 장래에 관하여 그 효력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했다. 면직처분을 통하여 취소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나 별도의 의사표시를 통해 근로계약이 취소되었고, 이는 중요 부분의 착오로 인한 근로계약 취소로 유효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