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카페 화장실서 출산한 미혼모 아이 출생신고 관철
법률구조공단, 카페 화장실서 출산한 미혼모 아이 출생신고 관철
  • 기사출고 2020.05.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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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 활동일지로 법원에서 출생확인 받아"

2019년 8월 22일 오후 6시쯤 만삭의 임신부 A(21)씨는 갑자기 산통을 느껴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카페 화장실에서 홀로 아이를 출산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급히 119로 신고를 했으나,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 A씨는 이미 스스로 탯줄을 끊고 출산한 아이를 안고 있었다. 119구급대는 A씨와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다.

미혼모인 A씨는 아이의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큰 벽에 부딪쳤다.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를 하려면 출생증명서가 필요한데, 병원 의사는 직접 분만을 진행하지 않아 출생증명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출산을 도와주거나 직접 목격한 사람도 없어서 관련 증명서류를 제출할 수도 없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 측 김우경 변호사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친권을 확인해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으나 이 또한 난관에 부딪쳤다. 검사기관에서는 신생아의 친권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임의로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특별대리인을 선임신청해 유전자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오랜 시일이 걸려 산모와 신생아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에 119구급대 활동일지를 첨부해 출생확인 신청서를 내면서, 필요할 경우 유전자검사 진행을 명령하여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이재덕 판사는 최근 "가족관계등록법 44조의2 1항의 규정에 따라 출생증명서 등을 첨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별지와 같이 사건본인의 출생을 확인한다"고 A씨의 신청(2019호기4021)을 받아들였다.

김 변호사는 "출생증명서가 없으면 통상적으로 유전자검사가 필요하지만, 119구급대 활동일지 등으로 모자관계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면 유전자검사 없이도 출생확인이 가능하다는 취지"라며 "출산 후 병원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무사히 마쳐 의료보험을 적용받게 되었다"고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