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휴가계획서 제출했으나 실제 출근해 일했다면 연차수당 지급해야"
[노동] "휴가계획서 제출했으나 실제 출근해 일했다면 연차수당 지급해야"
  • 기사출고 2020.03.1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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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별다른 이의 없이 회사에서 노무제공 수령"

연차휴가 사용 시기를 통보하라는 회사의 촉구에 휴가계획서를 냈으나 실제로는 출근해 일했다면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월 27일 냉동기기 전문 제조업체인 I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김 모씨가 퇴직금과 연장근로수당,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등 1억 2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79283)에서 이같이 판시, 연차휴가수당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우송이 김씨를, 피고 측은 법무법인 현이 대리했다.

I사는 김씨의 2016년도 연차휴가 사용 기간의 말일인 2016년 12월 31일부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인 2016년 7월 6일 김씨에게 사용하지 아니한 연차휴가 일수가 21일임을 알려주면서 휴가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해 줄 것을 서면으로 촉구했다. 이에 김씨는 8, 9, 10, 11월에는 각 2일씩, 12월에는 3일, 총 11일을 연차휴가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된 '미사용 연차유급휴가 사용시기 지정통보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중 하루만을 연차휴가로 사용한 김씨는 11월 24일 다시 11월 25일부터 12월 22일까지 나머지 20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취지의 '연차휴가 사용변경계획서’를 제출했으나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는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고, 나머지 연차휴가 날짜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무했다. 1999년 9월 I사에 입사한 김씨는 I사에서 수출 등의 업무를 담당해오던 중 2017년 5월 사직서를 제출, 5월 말로 퇴사처리 되었다.

재판에서는 연차휴가일에 출근한 김씨에게 회사측의 보상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2016년 7월 6일 당시 원고는 연차휴가 21일을 사용하지 아니한 상태였고, 피고가 원고에게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할 것을 촉구하였으나, 원고는 그 중 11일에 대하여만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하였을 뿐, 나머지 10일에 대하여는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하지 않았는데, 원고가 미사용 연차휴가 21일 중 10일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하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휴가 사용 가능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원고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아니한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연차휴가사용(변경)계획서를 제출하였고, 피고 측에서 이를 결재하기는 하였으나, 당시 원고는 2016. 11. 30.부터 미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고,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실제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던 점, 원고는 나머지 연차휴가 날짜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였고, 피고도 별다른 이의 없이 원고의 노무제공을 수령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연차휴가사용(변경)계획서는 연차휴가수당의 지급을 면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피고는 미사용 연차휴가 중 10일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61조에서 정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머지 지정된 날짜에 대하여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원고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었다고도 볼 수 없어 근로기준법 61조에서 정한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의무가 면제되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가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 20일에 대한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61조에서 정한 '연차휴가 사용촉진 제도'를 도입한 경우 사용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날부터 1년의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하여야 하고(같은 조 1호), 이러한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사용자는 휴가 사용 가능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그 근로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하며,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중 일부의 사용 시기만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휴가 사용 가능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나머지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같은 조 2호)"고 전제하고, "사용자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하였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연차휴가가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다(근로기준법 61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위와 같은 휴가 미사용은 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며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한 경우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아니하거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 지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사용자는 근로자가 이러한 근로의 제공으로 인해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여전히 보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