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우리은행 채용비리' 이광구 전 행장 징역 8월 확정
[형사] '우리은행 채용비리' 이광구 전 행장 징역 8월 확정
  • 기사출고 2020.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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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우선순위까지 반영한 청탁명부 만들어 별도 관리"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월 13일 우리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관여해 점수를 조작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건의 상고심(2019도9865)에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인사부장 홍 모씨 등 인사담당자 4명에게는 각각 2000만~5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남기명 전 부행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이 전 행장 등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의 고위 간부, 고액 거래처, 은행 내부의 유력자 등으로부터 입사 청탁을 받고, 청탁자들의 배경에 따른 우선순위까지 반영한 청탁명부를 별도로 만들어 관리하면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등 면접관과 우리은행의 적정하고 공정한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결과 우리은행은 이 전 행장이 추천한 지원자들의 명부와 외부 추천자와 행내 친인척 명부를 별도로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탁명부는 이 전 행장과 인사부장, 인사부 채용팀원 사이에서만 내밀하게 공유하고 채용절차 직후에 파기되었다.

이 전 행장 등은 청탁대상 지원자들이 점수 등 합격조건 미달로 서류전형에서 불합격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합격권 중 최하위권에 있던 사람을 탈락시키고 청탁대상 지원자들을 합격자로 결과를 조작하고, 그에 따른 합격자 품의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마치 정상적으로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하거나, 1차 면접 시험결과 불합격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치 정상적으로 1차 면접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의 성립과 관련, "조작되지 않은 필기시험 점수에 의할 경우 면접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없는 응시자를 점수조작행위에 의하여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였다면, 점수조작행위는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면접시험 응시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하여 오인 ·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해당하고, 면접위원이 점수조작행위에 관하여 공모 또는 양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위계에 의하여 면접위원이 수행하는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이 저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합격자결정이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그 합격자가 추천대상이라는 이유로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행위는 우리은행의 공공성 유무나 정도를 따질 것도 없이 대표자 또는 전결권자의 권한 밖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위와 같은 합격자결정이 있기 직전에 불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는 그 다음 전형단계에 응시할 자격이 없었던 것"이라며 "즉, 서류전형 불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는 1차 면접에 응시할 자격이, 1차 면접 불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는 2차 면접에 응시할 자격이 없었고, 위 합격자결정은 1차 면접 또는 2차 면접에 응시할 자격이 없는 지원자를 응시할 수 있게 한 행위이며,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해당 지원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하여 오인 ·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면접위원이 응시무자격자를 상대로 면접에 임하게 하고 그에 상응하는 응시자격자를 면접할 수 없게 하였다는 그 자체로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이 저해되는 것"이라며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 전 행장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 "이 사건 범행으로 말미암아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의 불이익을 먼저 고려한다"며 "최종결정자이자 실질적으로 유일한 결정자인 피고인 이광구에 대하여는 책임에 상응하여 징역의 실형을 선택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지위와 역할, 가담 정도를 참작하여 벌금형을 선택하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