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이 다루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법관이 다루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 기사출고 2020.02.24 06: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문회 기록으로 본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의 司法觀

"법관이 다루는 것은 단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그 속에는 당사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의 미래가 오롯이 담겨 있기에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당사자를 정중하고 진솔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2월 19일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노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답변에서, 판사들이 법원에 있다가 바로 정치권으로 가는 것과 관련, "국민들께서 정치적 중립성이라든지 사법부의 공정, 독립성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공감을 나타내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자는 이에 앞서 의원들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법관의 정치 진출에 대해, "판결 중립 의심을 우려한다"며 "법관은 항상 자신의 언행이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거나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지 않은지 각별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판사인 이상 정치적 표현 자제 마땅"

또 판사들이 페이스북이나 법원 내부게시판 등에 정치적인 글을 올리는 데 대해, 청문회 답변에서 "법관들도 인간인 이상 나름대로의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나 그런 부분은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나, 지금 많은 사건들이 법원에서 동료들에 의해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법관의 신분을 유지한 이상이라면 그런 표현은 좀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리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2월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2월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경남 창녕 출신인 노 후보자는 대구 계성고, 한양대 법대를 졸업해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법관에 임명되면 여성 대법관이었던 박보영 대법관에 이어 역대 두번째 한양대 출신 대법관이 된다. 노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각급 법원에서 다양하게 재판업무를 담당했으나 법원행정처에 파견근무한 적이 없는 재판만 해온 판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됐던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동생이기도 하다.

법관 경력 30년의 그가 생각하는 법조인으로 지켜야 할 덕목은 겸손과 공평. 노 후보자는 청문회 답변에서 "재판을 하면서 당사자들이 이야기할 때 마치 아는 것처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제일 잘 안다는 그런 관점에서 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두 번째는 공평 즉, 균형감각, 그렇게 두 가지가 법관으로서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인 덕목은 겸손과 공평"

보수와 진보 중 어느 쪽 성향에 더 가깝냐는 질문엔, "특별히 어느 쪽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선을 긋고, "중립을 취하면서 판사로서, 법관으로서 개별적인 사건에 따라서 법해석에 따라서 좀 차이는 있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 후보자는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 대법원장을 제일 존경한다며, 이어 "최근에는 이용훈 대법원장님을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을 신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고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다 인정된 다툼 없는 사실이라고,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고, 5.16에 대해서는 "민주적 헌정질서를 군사적으로 전복, 불법적인 군사력을 사용해서 전복하려는 군사 쿠데타라고 본다"고 말했다. 12․12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입장에서 나타난 것처럼 그건 하극상에 의한 군사 반란이라고 표현을 대법원이 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국회 청문회 답변을 토대로 노태악 후보자의 주요 사법현안에 대한 철학과 입장을 정리했다. 노 후보자는 퇴임 후 계획과 관련, "국회 동의를 받아 대법관에 임명이 되고 무사히 6년의 임기를 마친다면 변호사 개업하는 것보다는 (여수시 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보영 전 대법관과 같은) 그쪽으로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소검사와 수사검사 분리=심리판사와 선고판사가 다를 수는 없다. 다만 그런 게 나오게 된 배경이 공소권의 남용이라는 측면에서 아마 그렇게 나온 것 같은데, 그런 문제를 그렇게 해결할 수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로도 공소권 남용에 대해서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도 같이 검토하고 연구를 해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공수처=헌법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검찰과 공수처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가 무엇인지, 고위공직자의 직무범죄 척결을 위한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공수처가 검찰의 지나친 권력행사에 대한 견제라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수처가 또 다른 검찰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 운영되리라고 생각한다.

◇판결문 공개 · 비실명화=현행 법령의 규정에 따라서 관련 법령 규정의 범위 내에서는 점점 (공개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실명화 공개에 대해선) 그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특히 성범죄, 범죄의 사실 자체가 지나치게 사실이 좀 많이 들어가 있다, 개인정보에 관한 부분들이.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법원의 전체적인 방향은 공개 범위의 확대는 분명히 있지만 좀 더 검토를 해서 그렇게 운영 개선하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 가사 사건이라든지 소년 사건이라든지 성범죄에 관한 사건이라든지 이런 부분 제한만 좀 주면 일반적으로 공개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원칙적으로 사형제도 폐지가 맞다고 생각한다.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군대 동성애자 처벌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은 최근에 헌법재판소에서 군기 유지와 군대의 특수성이라는 것 때문에 합헌 결정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사회적인 논의와 또 입법정책적인 결단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성애 · 동성혼=동성애 부분에 대해서는 성적인 정체성의 문제로서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개인의 가장 기본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서는 국가가 혹은 사회가 어떻게 그런 이유로 차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동성혼이라는 혼인제도라는 문제는 현행 법 제도 자체가 양성과 혈족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동성끼리의 결혼이 인정될 수 있느냐 이 부분은 좀 더 헌법적인 차원의 검토가 다시 한 번 필요하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을 가진다.

동성혼 혼인제도라는 것은 사회적 의존성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또 현행법 제도 자체가 양성과 혈족 이것을 중심으로 법제도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가령 동성 간의 결합 또는 동성 간 유대 이런 식으로 어떤 사회적으로 별도의 방법으로써 보장해 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지금 몇 개의 개별 법률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일반 기본이 되는 그런 법률의 제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종교인 과세=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지금도 그게 논란이 되다가 몇 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몇 개 부분에 좀 더 예외를 두고 있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종교인이라고 하여 과세의 대상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사 미성년자 연령 인하=(14세에서 12세로 낮춰야 된다 하는 문제에 대한 질의에) 지금 사회적으로 아마 형사 미성년자들이 저지른 잔인한 그런 부분들은 물론 그런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성년자 아이들이 그런 범행을 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 문제가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형사 미성년 연령을 낮추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와 아울러 그 부분에 관해서도 왜 미성년자들이 결국 SNS라든지 휴대폰을 통해서 그런 잔인한 범행을 배우게 되고 이런 부분에 대한 어른들의 책임도 같이 좀 고민을 해 봐야 되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이 든다.

◇사법행정위원회=다수의 국회 추천 위원들이 점하는 사법행정위원회는 사법권 독립의 침해 소지가 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사법행정위 제도 존재 자체는 사법행정권의 지나친 1인에 대한 집중 또 그런 부분에 대한 인사권의 남용, 이런 부분에 대해서 외부의 적절한 견제와 감시가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희가 늘 다수결에 의한다고 한다면 사실은 일일이 어떻게 보면 사법부 자체의 고유의 속성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혹시나 침해되지 않을까라는 그런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우려의 의견을 좀 나타내는 정도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