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손해배상 1심 판결 후 일부 지급한 돈, 지연손해금에 먼저 충당"
[민사] "손해배상 1심 판결 후 일부 지급한 돈, 지연손해금에 먼저 충당"
  • 기사출고 2020.02.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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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별도 합의 없으면 법정충당 순서 따라야"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 판결에 따라 교통사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한 돈은 원금이 아니라 지연손해금에 먼저 충당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경우에도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규정된 민법 479조의 법정충당 순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월 30일 교통사고 피해자인 이 모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가해 차량의 보험사인 더케이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2018다204787)에서 이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서로가 원고 측을 대리했다.

2009년 7월 10일 오후 4시 5분쯤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대전 서구에 있는 사거리를 진행하다가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은 이씨는 가해 차량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더케이손해보험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고 측의 책임을 70%로 제한하고, 피고 보험사가 이씨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액에서 피고 보험사가 이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이미 지급한 6400만원과 마찬가지로 이미 지급한 치료비 109,806,086원 중 이씨의 책임비율인 30%를 곱한 32,557,570원을 공제한 후 "피고는 원고에게 241,702,213원과 사고일부터 1심 판결 선고일인 2016. 5. 12.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이에 대한 가집행까지 선고했다.

그러나 원, 피고가 같이 항소해 열린 항소심에서는 더케이손해보험이 1심 판결 후 이씨에게 지급한 1억원이 어떤 명목에 먼저 충당되는지가 문제가 됐다. 더케이손해보험은 1심 판결 선고 이후인 2016년 6월 2일 이씨에게 1억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이씨는 이 1억원이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 변제된 것이므로, 법정충당의 순서에 따라 1심 판결에서 인정한 금액  중 지연손해금 부분에 먼저 충당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와 피고 회사가 모두 항소하여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이 확정되지 않은 점, 피고 회사는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위 1억원을 지급하였을 뿐 1심 판결에서 인정한 지연손해금을 먼저 변제한다는 의사로 위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보이지 않았다"며 피고가 지급한 이 1억원을 재산상 손해액(손해배상채무 원금)에서 공제하고, A씨에게 추가로 52,781,375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손해배상액으로 241,702,213원을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손해배상액을 1억 52,781,375원으로 감액해 인정한 후 1심 판결 선고 후 지급한 1억원을 여기서 공제해 52,781,375원만 더 주라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 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고, 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에 관해서는 민법 479조에 충당 순서가 법정되어 있고 지정 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476조는 준용되지 않으므로 당사자가 법정 순서와 다르게 일방적으로 충당 순서를 지정할 수 없고, 민법 479조에 따라 변제충당을 할 때 지연손해금은 이자와 같이 보아 원본보다 먼저 충당된다"고 전제하고,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 · 묵시적 합의가 있다면 법정변제충당의 순서와 달리 인정할 수 있지만 이러한 합의가 있는지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가집행이 붙은 제1심 판결 선고 이후 채무자가 제1심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돈을 지급한 경우 그에 따라 확정적으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채무자가 항소심에서 위와 같이 돈을 지급한 사실을 주장하더라도 항소심 법원은 그러한 사유를 참작하지 않고 청구의 당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의 손해배상채무에 대해서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하고, 지연손해금이 발생한 이후에 손해배상금 중 일부로 지급한 1억원은 민법 479조에 따라 지연손해금에 우선 충당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1억원은 가집행이 붙은 1심 판결 선고 이후 지급한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1억원을 지급한 경위를 살펴 위 돈의 법적 성격을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데도 원심이 1억원을 손해배상채무의 원금에 우선 충당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변제충당의 순서, 변제충당 합의에 관한 주장 ·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더케이손해보험이 1심 판결 후 지급한 1억원이 지연손해금에 먼저 충당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지연손해금에서 이 돈을 먼저 공제하고, 항소심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1억 5200여만원 중 더케이손해보험이 얼마를 더 지급해야 하는지를 따져 판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