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판매장소 제한 약정' 어기고 온라인몰에서 시계 판매했어도 상표권 침해 아니야
[지재] '판매장소 제한 약정' 어기고 온라인몰에서 시계 판매했어도 상표권 침해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2.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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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표권 소진 이론 적용

상표권자와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만 판매하기로 약정을 맺은 상표사용권자로부터 시계를 납품받아 상표권자와 합의되지 않은 온라인몰에서 시계를 팔았다. 상표법 위반일까.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월 30일 상표사용권자로부터 시계를 납품받아 온라인에서 시계를 팔았다가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라인몰 시계판매업체 대표 임 모(44)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4446)에서 상표권 소진 이론을 들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한규옥 변호사가 임씨를 변호했다.

온라인몰 시계판매업체를 운영하는 임씨는, 2012년 9월경부터 2016년 4월 8일까지 M사와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한 S사로부터 M사의 'M'자 문양의 메트로시티 브랜드가 부착된 시계를 납품받은 뒤 (M사와) 합의되지 않은 온라인몰이나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하여 상표권을 침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메트로시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M사는 2010년 7월 상표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S사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팔목시계 등 상품을 개발, 판매할 권한을 2015년 6월까지 수여하는 내용의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서에는 "S사는 M사와 합의된 고품격의 전문점과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여야 하며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M사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며, 재래시장에서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판매장소 제한 약정이 기재되어 있었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M사는 S사가 2015년 12월까지 잔여 재고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대신 그 기간의 상표사용료를 지급받기로 S사와 약정하였는데, 기존의 판매장소 외에 M사가 지정한 아울렛 매장, 인터넷 쇼핑몰 중 M사의 직영몰과 백화점 쇼핑몰 6곳에서의 판매도 허용하되, 그 외의 곳에서 판매하는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하고 손해배상을 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상표권자와의 판매장소 제한 약정을 위반한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임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먼저 "피고인이 판매한 시계는 상표권자인 피해자 회사의 허락을 받아 S사가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생산한 소위 진정상품으로서, 판매장소 제한약정을 위반하여 피고인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유통시킨 것만으로는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이나 품질보증 기능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상표권사용계약상 S사에게 시계 상품에 대한 제조 · 판매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판매를 전면 금지한 재래시장과는 달리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판매는 상표권자의 동의하에 가능하여 유통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지도 않았으며, 실제로 재고품 처리를 위한 협약서에는 피해자 회사의 직영 몰, 백화점 쇼핑몰 등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판매가 허용되기도 하였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인터넷 쇼핑몰이 판매가 허용된 다른 인터넷 쇼핑몰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다는 것만으로 바로 피해자 회사 상표의 명성이나 그동안 피해자 회사가 구축한 상표권에 대한 이미지가 손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해자 회사는 상표권사용계약에 따라 S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기로 하였고, S사는 피고인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상품을 공급한 것이므로, 상품이 판매됨으로써 상표권자에게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며, 이 사건에서 상표권자가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거래를 통해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된다"며 "결국 S사가 피고인에게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표권자 또는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2002도3445 판결 참조). 한편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 및 상표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른바 상표권 소진 이론이다.

대법원은 또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상표권 침해죄의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자 회사와 S사 사이의 계약조건에 위반되어 상품이 공급된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였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임씨에게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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