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카목의 부정경쟁행위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투자 · 노력 전제돼야"
[지재]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카목의 부정경쟁행위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투자 · 노력 전제돼야"
  • 기사출고 2020.02.09 18: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지법] 흑돼지 음식점 프랜차이즈 업체에 패소 판결

흑돼지 음식점 프랜차이즈 업체가 메뉴판, 건물 외관, LED 돼지 모형 등 영업방법을 따라 하지 말라고 개인 음식점 운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영업기간이 짧아 영업표지의 주지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영업방법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인데,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카목의 부정경쟁행위 성립요건에 대한 상세한 판단기준을 밝혀 주목된다.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승휘 부장판사)는 12월 27일 이베리코 흑돼지 등을 주로 판매하는 음식점 가맹사업을 하는 A사가 같은 종류의 개인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청구소송(2019가합52923)에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씨는, 2017년 8월경부터 동생과 함께 이베리코 흑돼지 등을 주로 판매하는 음식점 가맹사업을 시작한 A사 대표이사 김 모씨의 동의를 받아, 2017년 11월 말부터 광주 서구에서, 2018년 4월부터 광주 북구에서 각각 음식점을 열어 이베리코 흑돼지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 영업을 하기 시작했고, 김씨는 2018년 9월경 박씨를 가맹사업의 전남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박씨가 2019년 2월경 김씨 형제가 운영하는 가맹사업의 상표 사용을 중단하고, 한 달 뒤인 3월 무렵부터 광주 서구와 북구에 있는 두 음식점에서 종전과 같은 종류의 음식점 영업을 하기 시작하자 A사가 박씨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의 중지와 두 음식점을 폐업하는 날까지 모두 월 670여만원의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김씨 형제는 2018년 6월 프랜차이즈업, 음식점 운영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인 A사를 설립했고, A사는 2018년 9월 흑돼지 가맹사업의 가맹본부로서 가맹사업법에 따른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였으며, A사의 사내이사인 김씨의 동생으로부터 상표권에 관한 상표사용 승낙을 받아 이를 흑돼지 가맹사업의 상표로 사용하고 있다.

A사는 "원고의 가맹사업 표지는 2017년 8월경부터 광주광역시 지역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른바 주지의 영업표지인데, 피고가 원고의 가맹사업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메뉴판, 건물 외관, LED 돼지 모형, 'ㄷ'자 모양의 테이블, 원형 화로와 코브라 환풍기, 복분자 소금 및 세팅, 날치알 사각 주먹밥 등을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영업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원고의 영업상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가맹사업에서 사용하는 메뉴판, 건물 외관, LED 돼지 모형 등의 영업방법을 전체적으로 결합하여 보면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된 성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박씨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원고의 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대표이사 김씨 등이 음식점 영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 1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고, 가맹사업법에 따른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때로부터는 불과 5개월 정도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인 상호나, 원고의 가맹사업의 상품 판매 · 서비스 제공방법 또는 영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이 광주광역시 지역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업표지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의 영업표지의 주지성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2조 1호 카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카목의 보호 대상인 '성과'에는 새로운 기술과 같은 기술적인 성과 이외에도 특정 영업을 구성하는 영업소 건물의 형태와 외관, 내부 디자인, 장식, 표지판 등 개별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결합한 이른바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 역시 위 규정의 '성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경쟁자가 이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카목이 규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위 규정은 보충적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점, 위 규정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자는 부정경쟁행위자에 대하여 그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구할 수 있어 사실상 위 '성과'에 대하여는 지식재산권에 준하는 보호가 부여되고 있는 점, 위 규정은 단순한 무단 사용만이 아니라 나아가 그로 인하여 경제적 이익의 침해하여야 할 것을 부정경쟁행위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규정에서 말하는 성과에 해당하는 이른바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상당한 투자나 노력'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시장 조사, 동종 영업의 영업 형태 조사 등으로 상당한 노무를 투입하였다거나 상호, 표장, 매장 인테리어 등의 디자인을 기획하고 구체적인 안을 설계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디자인 용역회사 등에 용역 대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상당한 자금을 지출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점이 인정될 때에만 비로소 부정경쟁행위자가 위와 같은 타인의 노력 및 투자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무단으로 타인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이 지출한 노력 및 투자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위와 같이 보지 않고 단순히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보호를 구하는 자의 창작에 의하여 만들어졌다거나, 그와 같은 종합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개별 영업 시설물의 제작, 설치에 비용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위 규정에 따른 보호를 인정하게 되는 경우, '경제적 이익의 침해'를 요구하는 위 규정의 취지와는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의장권이나 상표권 등 개별 지식재산권에 관한 등록 등의 절차를 마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와 동일한 보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는 가맹사업에서 사용하는 메뉴판, 건물 외관, LED 돼지 모형, 'ㄷ'자 모양의 테이블, 원형 화로와 코브라 환풍기, 복분자 소금 및 세팅, 날치알 사각 주먹밥 등의 영업방법은 전체적으로 결합하여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고, 이는 원고 또는 원고를 설립한 김씨 등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에 의하여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단순히 위와 같은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를 처음으로 만든 주체라는 점을 넘어서서, 원고가 위와 같은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가맹사업에서 사용하는 위와 같은 영업방법들의 전체적 결합에 의해 형성된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가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