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출근율 50% 이상'인 경우만 주는 수당은 통상임금 아니야
[노동] '출근율 50% 이상'인 경우만 주는 수당은 통상임금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2.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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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정성 결여"

출근율이 50% 이상인 경우에만 지급하는 수당과 명절휴가비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상임금의 요건인 정기성 · 일률성 · 고정성 가운데 고정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월 16일 종로구 등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 또는 그 상속인 등 9명이 서울시 종로구, 관악구, 동작구, 중구, 강남구 등 5개 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의 상고심(2019다223129)에서 피고 측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같이 판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우리로가 원고들을, 강남구는 법무법인 바른이, 나머지 피고들은 정부법무공단이 대리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청장의 위임을 받은 서울시와 서울시청노조 사이에 체결된 '2011년도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에 따르면 피고들 소속 환경미화원들에게는 출근율과 상관없이 기말수당, 정근수당, 체력단련비와 명절휴가비가 지급되었으나, 서울시와 서울시청노조는 '2012년도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을 체결하며 출근율이 50% 미만인 경우 기말수당, 정근수당, 체력단련비와 명절휴가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했으며, '2013년도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후 2014년 9월 체결된 '2014년도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에서는 기말수당과 정근수당, 체력단련비는 출근율이 50% 미만인 경우 지급하지 않지만, 명절휴가비는 출근율이 50% 미만인 경우에도 절반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이 기준을 2014년 1월 1일 기준 재직자에 대하여 2014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시청노조 노조원들로서 2012년 12월부터 2014년 8월 사이에 퇴직한 원고들은 기말수당, 정근수당, 체력단련비와 명절휴가비를 포함해 새롭게 산정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이미 지급된 각 수당과의 차액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먼저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만 지급되는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는 외에 일정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을 성취하여야 비로소 지급되는 것이고, 이러한 조건의 성취 여부는 임의의 날에 연장 · 야간 · 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조건이므로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위와 같이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의 내용이 변경되어 온 경위에 비추어 볼 때, '2012년도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에서 기말수당, 정근수당, 체력단련비와 명절휴가비의 지급에 관하여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 하는 조건이 부가되었고, 그러한 조건이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그와 다른 노동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적어도 (기말수당 등 각 수당과 명절휴가비의 지급에 관하여 출근율 50% 조건이 부가된) '2012년도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이 마련된 이후에는 각 수당과 명절휴가비는 고정성을 결여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2014. 9. 2. 체결된 '2014년도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은 2014. 8. 28. 이전에 퇴직한 환경미화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며 "각 수당과 2014. 1.부터의 명절휴가비의 50%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말수당 등 각 수당의 고정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 각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2014년 9월 단체협약이 체결되면서 명절휴가비에 대하여는 50% 미만 출근자에 대하여도 명절휴가비의 50%를 지급하기로 하는 한편, 이 협약을 2014년 1월 1일부터 소급하여 적용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2014년 1월부터의 명절휴가비 중 50%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노조가 사용자 측과 기존의 임금, 근로시간, 퇴직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소급적으로 동의하거나 이를 승인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 동의나 승인의 효력은 단체협약이 시행된 이후에 그 사업체에 종사하며 그 협약의 적용을 받게 될 노조원이나 근로자들에 대해서만 생기고,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위와 같은 효력이 생길 여지가 없다"며 "이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라 하더라도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는 것인 바,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2012. 12. 31. 마련된 '2012년도 환경미화원 임금지급 기준' 중 이 사건 각 수당과 명절휴가비의 지급에 관하여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 하는 조건을 부가한 부분을 2012. 1. 1.자로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이, 종전 기준에 따라 각 수당과 명절휴가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시간외 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의 일부를 사후적으로 소멸하게 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 ·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