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용인 사는 서울 본사 채권관리팀장, 협의 없이 여주로 전보 정당"
[노동] "용인 사는 서울 본사 채권관리팀장, 협의 없이 여주로 전보 정당"
  • 기사출고 2020.01.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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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생활 불이익 크지 않고, 정당한 인사권 범위 내"

용인시에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본사의 채권관리팀장을 본인이나 노조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여주에 있는 강원영업소장으로 전보했더라도 권리남용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시멘트 제조 · 판매업체 H사 본사에서 채권관리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월 강원영업소장으로 전보된 A씨가 부당전보라며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누46697)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피고보조참가한 H사를 대리했다.

용인시 기흥구에 살고 있는 A씨는 1996년 1월 나중에 다른 회사와 합병되어 H사가 된 회사에 입사하여 서울 강남구에 있는 H사 본사에서 채권관리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월 여주에 있는 강원영업소장으로 전보되자,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서울지노위에 이어 중노위에서도 기각되자 중노위 판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가 "A씨에 대한 전보는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인사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주자 이번엔 중노위와 H사가 항소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원고의 주거지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회사의 본사까지 약 39.1㎞이고, 여주시에 있는 강원영업소까지 약 56.5㎞이나, 원고의 일반적인 출근 방법에 따라 주거지에서 본사까지 버스로 출근하는 경우 대체로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되고, 원고의 주거지에서 강원영업소까지 승용차로 출근하는 경우 서울로 가는 길보다 교통 체증이 적어 약 50분이 소요되므로 출퇴근 소요시간에 있어 그 불이익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통근거리 증가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 육체적 불이익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으나, 회사의 경제적 지원으로 상당 부분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H사는 전보 후 A씨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매달 80만원, 차량운행 보조비 28만원을 지급했고, 2018년 7월경부터 A씨에게 출퇴근 · 업무용 렌터카를 제공했다. H사는 또 원거리 통근이 어려운 직원에게 5000만원의 범위 안에서 임차보증금을 무이자로 대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A씨는 강원영업소 인근에 숙소를 마련했다.

이어 "강원영업소장으로서 수행할 주된 업무는 거래처 방문관리 및 거래처 채권 등 신용관리업무인데, 원고는 회사에서 22년 동안 관리 · 기획 등 업무에 종사하였고 본사 채권관리팀장으로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강원영업소장으로서 업무와 상당한 공통점이 있고, 원고가 강원영업소장 업무 수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며 "전보로 인한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H사의 인사이동규정에 따르면, 과장 이상 직급의 직원은 원직적으로 기존에 담당한 직종의 범위 안에서 인사이동을 하고, 정기인사이동은 소속부서의 요청 또는 인사부서의 제안에 따라 인사위원회에서 종합 심의하여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H사는 인사위의 심의나 원고나 원고가 소속된 노조와 협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원고를 전보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참가인 회사가 전보를 함에 있어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참가인 회사가 전보를 함에 있어 인사이동규정과 인사위원회 규정에 따른 인사위원회의 심의나 원고나 원고 소속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전보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H사는 1992년경 인사이동규정과 인사위원회 규정을 만들었으나 그 이후 실제로 전보 등에 있어 위 규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인사명령을 하지 않았고, 원고의 입사 이후 원고에 대하여 11회에 걸쳐 인사명령을 하였으나 위와 같은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적은 없었으며 이에 대하여 원고가 이의를 제기한 바 없었다"고 지적하고, "참가인 회사의 인사이동규정과 인사위원회 규정에 의하면, 인사위원회가 심의를 하더라도 대표이사에게 건의를 하는 것에 불과하고 최종적으로 대표이사의 결재에 따라 인사이동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건의에 불과한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인 회사의 대표이사의 결정이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근무하던 회사가 워크아웃을 거친 후 다른 회사에 인수되어 참가인 회사가 설립되었고, 그후 참가인 회사가 원고에 대한 전보를 포함하여 76명을 대상으로 인사명령을 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였는데, 이러한 조직개편 과정에서 전보발령을 하는 경우 모든 근로자들과 사전에 개별적 협의를 거치도록 요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원고에 대한 전보는 그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도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다고 보기 어려우며, 참고인 회사 인사위원회의 심의나 원고와 협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전보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