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동일인 초과 대출 있었다고 신협 이사장 개선요구 위법"
[금융] "동일인 초과 대출 있었다고 신협 이사장 개선요구 위법"
  • 기사출고 2019.12.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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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행위자 아닌 감독자 불과"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대출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금융위원회가 신용협동조합에 이사장에 대해 해임요구 등 개선(改選)요구를 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출의 행위자가 아니라 감독자의 지위에서 최종 결재권자로서 결재한 정도에 불과해 개선요구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11월 14일 A신협의 이사장 이 모씨가 금융위를 상대로 낸 개선조치 취소소송(2017구합68967)에서 "피고가 A신협에 대하여 한 원고에 관한 개선요구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정앤정이 이씨를 대리했다.

금융위가 2015년 11월 이씨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A신협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뒤 2017년 6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하 모씨 등 3명에게 동일인 대출한도 4억 9200만원을 19억 3600만원 초과하여 대출했다'는 사유로, A신협에 이씨에 대한 개선(위법행위를 한 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는 것)요구처분을 하자 이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땅을 사서 건축사업을 진행하려던 하씨는 신용불량자여서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는 데에 어려움이 있자 자녀 명의로 4억 5000만원을 대출받은 후 위 땅에 건물을 준공하면서 '준공대출 4억 5000만원'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상환했다. 이어 A신협의 업무총괄 부장 정 모씨에게 추가로 대출을 받고자 문의하였으나, '1인당 5억원 이상의 대출은 안 되니 3명의 명의로 각자 대출을 받으라'는 답변을 듣자 직원과 동업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토지매수자금, 건축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대부분 하씨가 지급했다.

금융위는 이씨가 이 사건 대출의 '행위자'에, 정씨 등을 '보조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씨에게는 '행위자'로서 '금융업종별 · 위반유형별 제재양정기준'에 의한 '개선' 처분을, 정씨에게는 '보조자'로서 행위자의 책임 기준에서 1단계를 감경한 '정직 3월 상당' 처분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출인 명의를 다른 조합원 등의 이름으로 함으로써 각각의 대출명의인을 기준으로 한 대출금은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대출금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대출한도를 초과하는 이상 그 대출행위는 신용협동조합법 42조에 위배되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더라도 그것이 본인의 계산으로 실행되는 것이라면 이는 본인의 대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씨 등은 건축사업 진행을 위하여 자신의 가족, 형제, 동업자, 직원,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법인 등의 명의로 각 대출을 받았고, 대출금은 하씨 등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다"며 "이 사건 각 대출은 하씨 등에 대한 동일인 대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대출은 A신협의 대출담당자이자 실무책임자인 정씨가 주도하여 이루어졌고 결재란에도 정씨가 '이사장' 난 앞 '책임자' 난에 날인하였고, 정씨는 대출이 동일인 대출한도 제한규정 위반임을 알면서도 원고에게 보고하지 않았으며, 외형상으로는 명의차주가 소유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받거나 명의차주들이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시간적 간격을 두고 대출신청을 하는 등 대출 신청서류 자체로 동일인 대출한도 제한규정 위반 여부를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드러나는 경우는 아니었으므로 원고가 위법사실을 알면서 명시적 · 묵시적으로 대출의 실행을 지시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는 대출의 '감독자'에 해당하여 행위자 책임 기준을 적용하여서는 안 되고, '행위자'로 보아야 할 정씨 등에 대한 징계결과까지 고려하면 원고에 대한 징계양정이 달리 이루어져야 해 이 사건 처분은 판단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사실에 대한 평가에 오류가 있고, 그 잘못이 재량권 행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이므로 재량권의 일탈 ·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A신협에서 '업무총괄, 실무책임자'의 직위에 있었고, 원고의 의사결정 전 잠정적이고 보조적인 의사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대출의 실질을 알면서 구체적으로 실행을 도모하는 등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고, 원고는 감독자의 지위에서 최종 결재권자로서 결재한 정도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원고가 전결권자라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원고의 관여 업무행태 및 정도에 대하여 동일인 대출한도 제한규정 위반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자인 행위자라고 볼 수는 없고, 원고는 행위자를 관리 · 감독할 지위에 있는 자로서 구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52조 1항 1호의 '감독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 "원고는 A신협에 전무, 상무 등 중간 간부가 없었는데도 실무책임자에게 업무를 실질적으로 맡긴 채 이 사건 대출이 승인 · 실행되는 과정에서 동일인 대출한도 제한규정 위반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으나, 이를 원고의 감독자로서의 업무처리상의 과실이나 징계사유로 볼 수 있을지언정 이 사건 대출의 업무처리를 실질적으로 주도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