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경쟁사 IR자료 베꼈더라도 창작성 없는 자료라면 저작권법 위반 아니야"
[지재] "경쟁사 IR자료 베꼈더라도 창작성 없는 자료라면 저작권법 위반 아니야"
  • 기사출고 2019.11.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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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야나두'에 무죄 선고

경쟁사의 IR자료를 베꼈더라도 자료에 창작성이 없었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0월 31일 경쟁사의 IR자료 즉, 기업설명자료를 베꼈다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라인 영어회화 교육업체인 '야나두'와 이 회사 부대표 이 모(45)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1970)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각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1심부터 상고심까지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이씨는 2016년 10~11월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야나두 사무실에서 대표이사로부터 '야나두의 기업설명자료를 제작하라'는 지시를 받고 경쟁사인 S사가 작성하여 배포한 기업설명자료(S사 IR자료)를 입수한 다음, S사 IR자료에 기재된 표현과 동일 또는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여 야나두의 IR자료를 작성한 뒤, 2016년 11월 모방 사실을 보고하지 아니한 채 대표이사에게 제출하여 대표이사로 하여금 이 IR자료를 잠재적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기업투자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배포하게 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됐다. S사의 동의나 승낙 없이 S사의 편집저작물인 IR자료를 복제 및 배포함으로써 S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이른바 '기업설명자료' 또는 'IR자료'는 기업이 투자관계자들에게 경영성과나 재무상태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로서, 경영활동에 관한 객관적인 지표나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사소개, 시장현황, 사업계획, 사업성과, 발전계획, 재무계획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S사 IR자료 역시 피해자 회사의 경영활동과 관련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서, 독자가 감득(感得)할 수 있는 예술적인 표현보다는 투자자들이 쉽게 지득(知得)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본래의 작성 취지에 부합하며, S사 IR자료의 표현이나 내용들은 앞서 본 각 목차 내에서 그에 해당되는 객관적 사실이나 정보를 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방식에 따라 있는 그대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고, 누가 작성하더라도 그와 같거나 비슷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어 기능적 저작물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의 특별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S사 IR자료는 어문저작물과 편집저작물에 관한 법리 중 어느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창작성이 있다거나 야나두 IR자료와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편집저작물은 편집물로서 그 소재의 선택 · 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항소심 재판부도 어문저작물 측면에서, "(피고인들이 야나두 IR자료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S사 IR자료' 부분은 지난 5년간 한국에서 영어학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는 사실과 그 원인이 되는 사회적 변화(해외여행 보편화, 글로벌 서비스/비즈니스 증가, 영어가 세계 공용어에 해당, 해외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통해 영어를 접하는 기회의 증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 사용량 증가 등)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영어학습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 배경사실이나 사회 환경의 변화를 전형적이고 통상적인 문구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고, 동일한 주제를 두고 누구나 비슷하게 연상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 정도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편집저작물 측면에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S사 IR자료와 야나두 IR자료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나타나는 '어문의 표현'을 비교 · 적시하고 있을 뿐이고, 편집저작물의 요건인 '소재의 선택 · 배열 또는 구성'과 관련하여 S사 IR자료의 창작적 표현이 무엇인지, 그리고 야나두 IR자료가 차용한 '소재의 선택 · 배열 또는 구성'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소재의 선택이나 내용의 구성 등을 기초로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는지 보면, 'Last 5 years in Korea, Security of core competency, Market approaches, Investment Budget'이라는 각각의 소재 선택에 특별한 창작성이 발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세부내용의 배열 및 구성에서도 해당 주제에 관하여 동종업계에서 유사하게 구성할 수 있는 통상적인 문장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므로 창조적 개성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나아가 범죄일람표에 기재되어 있는 부분은 IR자료의 전체 분량에서 약 10%정도(총 50쪽 중에서 5쪽 가량)에 불과하여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비중이 미미하므로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저작권법 위반죄에서의 창작성 및 실질적 유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