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재채용 반복하다 5개월 공백…합산근무 2년 넘어도 무기계약직 전환 안 돼"
[노동] "재채용 반복하다 5개월 공백…합산근무 2년 넘어도 무기계약직 전환 안 돼"
  • 기사출고 2019.11.0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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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특별한 사정 없으면 근로관계 계속 인정 불가"

기간제근로자가 수차례 계약갱신을 통해 재채용 절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합산 근무기간이 2년을 넘겼더라도 중간에 5개월의 공백기간이 있었다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백기간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일시적인 휴업기간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무기계약직 전환 요건인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0월 18일 부산시가 "기간제근로자인 A씨와의 계약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두60508)에서 이같이 판시, 부산시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삼양이 부산시를, 피고보조참가한 A씨는 법무법인 부산이 대리했다.

2012년 9월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근로자로 채용된 A씨는 1개월~4개월 단위로 5차례 걸쳐 재채용되어 2013년 12월까지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A씨는 2013년 12월 낙동강관리본부 기간제근로자 공개채용 절차에 응시했으나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고, A씨가 수행하던 업무는 공개채용절차를 거쳐 채용된 기간제근로자 B씨가 맡게 됐다. 하지만 B씨가 뇌수막염에 걸린 자녀의 간호를 위하여 2014년 6월 사직하자 낙동강관리본부 측은 경력자들에게 연락하던 중 A씨로부터 근로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A씨와 2014년 6월~2015년 4월까지 근로계약을 맺었다.

이후 근로계약이 종료되자 A씨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계약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내 부산지노위에선 기각되었으나, 중노위가 'A씨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조 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는 이유로 계약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하자 부산시가 소송을 낸 것이다. 기간제법 4조는 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단서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고, 2항에서 "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의 근로기간은 2012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중간 공백기간 5개월여를 제외하고 약 25개월로 2년을 넘지만, 재판에서는 A씨의 첫 번째 채용기간과 두 번째 채용기간을 합산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가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기간제근로자로서 수차례의 계약갱신을 통하여 재채용 절차를 반복하면서 2012. 9. 3.부터 2015. 4. 18.까지 2년을 초과하여 계속근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따라 A씨는 기간제법 4조 2항의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계약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이러한 전제에 선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고와 A씨 사이의 근로관계가 최초 개시된 2012. 9. 3.부터 근로관계가 마지막으로 종료된 2015. 4. 18.까지 참가인이 근로한 총기간은 약 25개월인데, 공백기간은 5개월 18일(2014. 1. 1.부터 2014. 6. 18.까지)로 짧지 않고, A씨가 근로한 총기간 중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다"고 지적하고, "원고와 A씨 사이의 근로관계에 공백기간이 발생한 것이 계절적인 요인이나 방학 기간 등 당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공백기간의 실질이 대기 기간이나 재충전을 위한 휴식 기간 등 일시적인 휴업기간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낙동강 생태공원의 관리를 위하여 최소한의 인원이 상시적으로 필요하였고 그에 맞춰 인건비예산을 연중 고정적으로 편성한 것으로 보임에도 공개채용절차에서 업무 연속성 등을 고려하여 기존 경력자들을 우대하지 않고 오히려 신규채용자들을 대부분 채용하였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인 원고가 복지정책적인 측면에서 저소득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원고가 공개채용절차 후 퇴사 등의 우연한 사정으로 갑자기 인력수요가 발생한 경우 공개채용절차에서 탈락한 기존 경력자들 중에서 공개채용절차 없이 기간제근로자를 다시 채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기간제법 4조 2항의 적용을 잠탈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고와 A씨가 반복하여 체결한 근로계약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공백기간 전후로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공백기간 전후의 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4조의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고와 A씨 사이의 근로관계는 2013. 12. 31. 기간만료로 종료되어 공백기간 동안 단절되었다가 2014. 6. 19.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새롭게 개시되어 2015. 4. 18. 종료되었으므로, A씨는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여 기간제법 4조 2항에 의하여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달리 A씨가 기간제근로자로서 수차례의 계약갱신을 통하여 재채용 절차를 반복하면서 2012. 9. 3.부터 2015. 4. 18.까지 2년을 초과하여 계속근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에 따라 A씨는 기간제법 4조 2항의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