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사업주 지배관리 아닌 '통상 출퇴근 사고도 업무상 재해'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 이후 사고부터 적용은 헌법불합치
[헌법] 사업주 지배관리 아닌 '통상 출퇴근 사고도 업무상 재해'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 이후 사고부터 적용은 헌법불합치
  • 기사출고 2019.10.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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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재 결정 있었던 2016년 9월 29일부터 적용해야"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의 출퇴근 사고 외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킨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법 시행일인 2018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재해부터 적용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 재해와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달리 취급한 산재보험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2016년 9월 29일부터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29일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던 개정 전 산재보험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국회가 2017년 10월 24일 산재보험법을 개정,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발생한 사고 외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것으로 출퇴근 재해의 범위가 확대됐다. 다만 부칙 2조에서 개정규정을 법 시행일인 2018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재해부터 적용하도록 규정해 이번에 헌재가 적용시기와 관련해 또 한 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9월 26일 A씨와 B씨가 이같은 내용의 개정 산재보험법 부칙 2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 등(2018헌바218, 2018헌가13)에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또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이 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2016년 9월 29일 내려진) 헌법불합치 결정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의 출퇴근 재해와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며, 구법 조항으로 초래되는 비혜택근로자와 그 가족의 정신적 · 신체적 혹은 경제적 불이익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하였다"고 전제하고, "이처럼 이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기존 제도에서 배제된 집단이 받는 중대한 불이익이 이미 확인된 이상, 막연히 재정상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취급의 합리성을 인정해서는 안 되고,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함으로써 산재보험에 미치는 재정상 부담과 그로써 회복할 수 있는 합헌적 상태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최근 산재보험 재정수지와 적립금 보유액,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에 따라 인상된 보험료율 등을 살펴보면,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게 이미 위헌성이 확인된 구법 조항을 계속 적용하면서까지 산재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이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재정상 부담을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고, 개정법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보험회사 등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구상금 청구액을 협의 · 조정하기 위하여 보험회사 등과 구상금협의조정기구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통상의 출퇴근 재해 인정에 따른 책임보험과의 구상관계를 예정하고 있으며(87조의2 1항), 통상의 출퇴근 사고 중에서도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거나(37조 3항),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점(같은조 4항)을 고려하면, 개정 산재보험법 부칙 2조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하여 개선입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은,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하여 구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신법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일까지 소급적용한다고 하여 기존의 법률관계를 변경하거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염려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이 신법 조항의 소급적용을 위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개정법 시행일 전에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비혜택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산재보험의 재정상황 등 실무적 여건이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2016년 9월 29일 내려진)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4년 7월 9일 자신 소유의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갓길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여 양쪽다리 마비, 척추손상 등 진단을 받은 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서울행정법원에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계속 중 개정법 부칙 2조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기각되자 2018년 5월 헌법소원을 냈다.

B씨는 2016년 11월 12일 본인 소유의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이 교통사고로 입은 부상과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마찬가지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B씨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7월 개정 산재보험법 부칙 2조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