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진의가 진료하고 병원장 명의로 처방전 발급했어도 병원장 자격정지 1월 위법"
[의료] "대진의가 진료하고 병원장 명의로 처방전 발급했어도 병원장 자격정지 1월 위법"
  • 기사출고 2019.10.02 09: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처방전 작성 인식 · 용인 인정 어려워"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휴가를 이유로 대진의를 구했는데 이 대진의가 휴가를 간 의사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했다. 의료법 위반일까?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8월 29일 대진의가 진료했는데 대진의가 아닌 병원장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했다는 이유로 1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병원장 A씨가 낸 소송(2018구합82144)에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 "1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진의가 병원장 명의로 처방전을 작성하는 것을 인식,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의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구정 연휴 기간 중인 2015년 2월 22일 휴가를 내 출근하지 않았는데, 구인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하여 알게 된 대진의 김 모씨와 이 의원 부원장인 의사 이 모씨가 이날 이 의원에서 근무하면서 환자들을 진찰하고 '처방의료인 성명'이 A씨로 기재된 처방전을 발행했다.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은 A씨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은 '네오소프트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처방전을 발행하는데, 기존 아이디를 이용하여 로그인하면 로그인한 의사의 명의로 된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고, 평소 이 의원의 간호사들이 이 프로그램의 로그인을 해 두거나 의사들이 직접 로그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의원을 운영하면서 대진의 김씨 이전에도 60여명의 대진의를 사용하였고, 당시에는 각 대진의 명의로 처방전이 발급되었다. 부원장인 이씨도 2015년 2월 22일 이전까지 직접 진료 후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하였고, 원장인 A씨 명의로 발급한 사실이 없다.

재판부는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한 경우에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한 의사가 아닌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방전의 명의자로 기재된 의사의 경우에는 의료법 17조 1항을 위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처방전의 명의자도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이 작성되고 교부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하여 처방전을 작성 · 교부한 의사의 행위와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처방전의 명의자로 기재된 의사도 위 규정을 위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한 후, "의사 이씨와 김씨는 원고가 휴가로 부재중인 때 환자를 진료한 후 원고의 동의 없이 임의로 원고 명의의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고, 원고에게 의원의 운영자로서 관리 소홀의 부주의가 있었을 수 있으나 처방전에 원고 명의가 사용된다는 인식을 하거나 이를 용인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가 의료법 17조 1항을 위배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도록 하는 의료법 17조 1항은 의료인 개인에 대한 의무를 정한 규정이고, 의료기관의 소속 의료인에 대한 관리 의무를 정한 규정이 아님은 그 문언상 명백하다"며 "의료인이라면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은 당연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고,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이 작성되어 발급되었는지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발급하는 의료인 개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운영하는 의원에서 사용하는 네오소프트 프로그램에 대한 최종 관리 권한은 원고에게 있고 원고의 부주의로, 간호사들이 대진의가 위 프로그램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신규 아이디를 생성하여 로그인 해 두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앞서 보았듯 처방전의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는 해당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의 책임이라 할 것인데, 김씨는 처방전의 명의를 확인하거나 간호사에게 조치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원고가 병원장으로서, 네오소프트 프로그램 내지 대진의의 관리를 소홀하게 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다른 사람 명의로 처방전을 작성 · 교부한 의사가 아닌 원고에게 의료법 17조 1항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에 대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것이다.

A씨 등은 형사적으로도 입건되었으나, 검사는 'A씨는 2015. 2. 22. 환자들을 직접 진찰하지 않았음에도 원외처방전에 처방의료인 성명을 A씨로 기재하여 발행하였다'는 혐의사실에 대하여 'A씨가 의사 이씨, 김씨에게 A씨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하라고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김씨가 A씨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하여 A씨가 얻는 경제적 이익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A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고, 이씨, 김씨에게도 '고의로 A씨 명의의 처방전을 발행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