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결혼 전제 아니라도 유부남이 이혼남으로 속이고 이혼녀와 교제…위자료 1500만원 물라"
[손배] "결혼 전제 아니라도 유부남이 이혼남으로 속이고 이혼녀와 교제…위자료 1500만원 물라"
  • 기사출고 2019.07.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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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변조된 혼인관계증명서 보여줘"

비록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 아니었더라도 유부남이 변조된 혼인관계증명서를 보여주며 이혼남이라고 속이고 이혼녀와 교제를 했다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정동주 판사는 6월 26일 이혼녀인 A(여)씨가 이혼남이라고 속이고 자신과 교제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단5190232)에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5월경 남편과 이혼한 A씨는 넉 달 뒤인 9월경 자신을 이혼남이라고 소개하는 B씨를 만나 교제하기 시작했다. A씨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동생 부부에게 B씨를 소개하거나 B씨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8년 2월 A씨가 B씨에게 혼인관계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하자 B씨는 넉 달 뒤인 6월 혼인사항에 '기록할 사항이 없다'고 기재된 변조된 혼인관계증명서를 보여줬다. A씨는 이를 본 후 "네 오해해서 미안해요. 이게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3년 동안 만나왔고 모든 걸 다 놓고 일을 같이 하기로 한 시점에서 확신이 필요했어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B씨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B씨 회사의 일에도 계속 관여했다. 그러나 한 달 후 B씨와 B씨 회사의 업무로 신입사원 교육을 위해 화성시에 있는 연수원에 동행했다가 B씨의 가방에서 B씨의 배우자가 기재된 2018년 5월 30일자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견하고는 B씨와 헤어졌다. 이후 A씨가 B씨를 상대로 3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정 판사는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751조 1항에서 말하는 '기타 정신상 고통'에는 '상대방을 독신으로 알았으나 사실은 혼인관계가 유지 중에 있어 자기 자신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내연녀나 불륜관계가 됨으로써 입게 되는 정신상 고통'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피고의 혼인관계가 유지 중이었다면 피고와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고, 피고가 원고에게 자신의 혼인관계에 대해서 거짓말하거나 변조된 혼인관계증명서를 보여주면서 혼인관계를 속인 이상, 피고의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들은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위자료 액수를 1500만원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B씨는 "거짓말을 하거나 변조된 혼인관계증명서를 보여주는 등으로 이미 이혼한 상태라는 취지로 A씨를 속인 것은 사실이나 결혼을 전제로 한 관계가 아니었으므로 불법행위가 아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정 판사는 "피고가 원고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변조된 혼인관계증명서를 보여주는 등으로 원고를 속여 원고와의 연인관계를 시작하고 장기간 이를 유지한 이상, 그것만으로도 불법행위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